[프로야구]쓰러진 롯데 임수혁 18일 31번째 생일

  • 입력 2000년 7월 17일 18시 39분


서울 중앙병원 동관 154동 34호.

프로야구 롯데 포수 임수혁(31)은 마스크대신 음식물 공급 튜브를 코에 끼고 누워 있다. 눈은 떠 있지만 동공은 이미 초점을 잃은 지 오래.

“수혁아, 내 말 들리면 세 번만 눈을 깜박거려봐.” 아버지 임윤빈씨의 말에 수혁은 눈을 깜박거린다. 한번, 두번, 세번….

하지만 그가 아버지의 말을 알아듣고 반응을 보이는 건지, 아니면 습관적으로 깜박거리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병원에선 “어떤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대뇌가 크게 손상돼 ‘무의식상태’에 빠졌기 때문.

손상된 뇌를 빼곤 임수혁의 몸은 현재 정상인과 큰 차이가 없다. 혈색도 좋고 음식물을 섭취하면 소화도 잘 시킨다. 야구할 때 92㎏이던 몸무게는 한때 73㎏까지 빠졌지만 부모님이 곰탕, 양즙 등 영양식을 주기적으로 공급한 결과 현재는 80㎏까지 회복했다.

임수혁이 이렇게 병상에 누워 있는지는 18일로 만 석달째. 4월18일 LG와의 잠실경기에서 쓰러진뒤 뇌에 산소 공급이 안돼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병원측은 “의식불명 상태에서 한달이 지나면 회복이 어렵다”고 말한다. ‘기적’을 바라봐야 하는 셈이다.

현재 그가 병원으로부터 받고 있는 치료는 없다. 열흘에 한번씩 몸의 열을 가라앉히는 약과 소화제 정도를 복용하는 게 전부. 병원에선 이미 “더 이상 해줄 게 없으니 이달말쯤 요양원이나 다른 병원을 알아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아내 김영주씨는 아들 세현(6)과 딸 여진(4)에게 “아빠가 일본에 야구를 하러 갔다. 얼마후면 돌아오실 것”이라고 말해 놨다. 어머니 강경애씨는 새벽마다 절에서 아들의 쾌유를 빌고 있다.

아버지 임윤빈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145만원짜리 사향도 먹여보고 굿도 해 봤다. 임씨는 “멀쩡한 수혁이 얼굴을 한번 봐라. 저 얼굴을 보고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힌다.

많은 야구인과 팬도 임수혁이 그라운드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8개구단 선수들도 대부분 병실을 찾았다. 야구를 그만 둔 손혁은 지난달 100만원을 들고 찾았고 이승엽도 상조회비와 별도로 100만원을 보내왔다. 어느 팬은 인터넷을 통해 모금한 돈 300만원과 격려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18일은 임수혁의 31번째 생일. 어머니는 이날 아침 튜브를 통해 미역국물을 넣어주겠다고 한다. 튜브를 통해 코로 흘러들어가는 그 맛을 임수혁은 알까.

<김상수기자>s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