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측의 이상한 시각

  • 입력 2000년 7월 13일 19시 10분


최근 남북한 사이에 생기고 있는 일련의 ‘불편한 감정’들이 우리 정치권에 소모적인 정쟁을 유발, 정국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본란은 조선중앙통신과 평양방송이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와 조선일보 등을 상대로 ‘원색적’인 비난을 한 데 대해 그 부당성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걱정되는 것은 우리의 내부 문제다. 청와대측은 북한측의 ‘이총재 비난’에 대해 1차적으로는 북한의 태도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총재를 폄훼하는 데 더 관심을 두는 듯한 분위기다.

특히 이총재에 대한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의 발언은 상식적으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만 되면 남북교류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진전돼 냉전적 사고가 더 이상 자리를 잡지 못할 것”이라며 “이총재는 차기 대통령을 ‘떼어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큰코다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다.

우리는 이총재가 국회대표연설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문제 등을 거론하고 상호주의를 주장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야당총재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얘기로 본다. 또 야당총재로서 그 나름의 시각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야당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문제제기와 비판을 무조건 ‘발목 잡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 그런데도 청와대 관계자가 다음 대선까지 들먹이며 이총재에 대한 음해성 발언을 했다니 도대체 그 의도와 배경이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는 “청와대가 친북세력인가”라는 한 야당의원의 극단적인 발언이 나왔고 이에 맞선 여당측의 항의 때문에 정회 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6·15선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다고 해서 ‘반통일적’이라고 몰아붙여서는 안된다. ‘6·15선언’의 내용이 중요하고 앞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 때문에 여러 의견이 자유롭게 개진돼야 한다. 정부는 비판적인 소리를 포함하여 다양한 의견에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투명하게 대북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고 그런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정부는 북한에 대해서도 할말은 분명히 하는 것이 남북간 신뢰구축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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