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영재의 월가리포트]M&A무조건 호재 아니다

  • 입력 2000년 7월 9일 18시 21분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기업간 인수합병(M&A)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M&A는 규모가 크건 작건 매일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이다. 주식시장내 주가 움직임도 M&A를 놓치지 않고 반영한다. 대체로 M&A가 일어나게 되면 호재로 받아들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반드시 호재로만 수용되지 않는 게 주식시장의 속성이기도 하다.

최근에 가장 규모가 컸던 M&A는 담배 ‘말버러’로 유명한 필립모리스가 ‘리츠크래커’로 잘 알려진 제과회사 나비스코를 인수한 것이었다. 두 회사 모두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었다는 점과 담배회사가 식품회사를 인수했다는 점이 화제가 됐다.

프랑스 다농과의 M&A경쟁에서 이긴 필립모리스는 이미 인수한 식품업체 크래프트와 함께 유수의 식품회사를 보유하게 됐고 이로 인해 담배회사 이미지를 벗어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 때문에 필립모리스의 M&A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미국 통신서비스분야의 2인자인 월드콤(MCI)의 경우는 M&A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3위 기업인 스프린트를 인수할 경우 독점 규제로 기업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고 추가 주식발행으로 기업가치도 희석될 것이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던 것.

월드콤은 M&A로 기업가치가 감소할 수 있다는 평가에 따라 결국 스스로 합병시도를 철회했다. 합병이 무산되자 오히려 월드콤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만일 무리한 합병을 시도했다면 주가에 악재가 됐을 것이다.

월드콤의 경우는 M&A가 모조건 호재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기업의 특성에 따라 정반대로 평가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맹영재<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myj@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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