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김대식교수의 생명코드 풀기]환경에 따라 …

  • 입력 2000년 7월 4일 18시 44분


인간의 행동 사고 감정은 이를 통제하는 유전자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되고 돌연변이된 유전자를 가지면 끔찍한 운명을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인간의 자유의지는 유전자 행동의 허상에 불과한가?

한마디로 인간은 유전자에 의해 수동적으로 구현되는 존재가 아니다. 유전자는 단지 인체를 구성하고 작동하는 방식을 결정할 뿐이다. 환경과 의지 학습 등이 유전자의 작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주는 세로토닌을 생산하는 유전자는 자존심이 만족되면 그 기능이 더 활발해진다. 새끼의 털을 핥아주는 어머쥐의 사랑은 새끼의 성장유전자를 활성화시킨다. 특정시기의 지적 자극은 지능 관련 유전자의 활성을 강화하며 의지가 면역체계 제어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라도 어떤 환경에서 어떤 자극을 받으며 자랐느냐에 따라 개성과 능력, 취향이 달라지게 된다.

유전자가 사람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기계론적이고 결정론적인 ‘유전자 중심주의’는 다양한 인간의 삶을 획일화하고 유전자조작을 통해 보다 더 완벽한 인간을 만들려는 우생학적 유혹을 현실화할 수 있다. 유전적 결함이 있는 사람을 배제시키는 인권침해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위험한 관점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완성으로 앞으로 인간의 본성과 진화, 정신세계를 이해하는데 획기적 진전이 이룩될 것이다. 이 성과물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인간공동체의 다양성과 건강이 달려있다는 점에서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초대 책임자였던 제임스 왓슨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게놈연구의 목적은 인간 개개인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며 여기서 얻은 지식은 우리의 인간애에 대한 의무나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향상시키는데 사용돼야 한다.”

김대식(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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