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지원청소년보호위장 "부처이기주의 개혁 망친다"

  • 입력 2000년 7월 2일 19시 20분


청소년기구 독립 및 통합이 실패로 돌아가자 지난달 30일 정식으로 사표를 낸 강지원(姜智遠)청소년보호위원장은 2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개혁보다 자기 부서의 이익만 추구하는 부처이기주의’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강위원장은 “시민단체들이 용기를 내 올바른 소리를 하고 있는데도 문화부 고위 관리들은 여론을 호도하는 데만 급급, 대통령과 장관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며 “이런 관료들의 무사안일한 태도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개혁을 이룰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고검 소속 검사로 97년 청소년보호위에 파견돼 임기 4년의 위원장직에 취임했던 강씨는 청소년기구 독립과 통합을 위해 ‘몸을 던진다’는 뜻으로 임기 만료 1년여를 앞둔 5월말 사의를 표명했었다.

―청소년기구의 통합이 위원장이 ‘옥쇄’를 할 정도로 중요한가.

“지금까지 청소년보호위가 맡았던 ‘보호’와 문화부가 담당한 ‘육성’ 두 기능은 표현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기능이다. 한 기관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바람직한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청소년 관련 업무는 7개 부처에 산재해 있어 많은 관련 기관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애초 문화체육부 산하에 만들어진 청소년보호위가 총리실 직속으로 옮겨진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통합 실패의 원인은 뭐라고 보나.

“부처 이기주의 때문이다. 문화부 공무원들이 여론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장관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이미 6, 7개 중앙일간지가 사설을 통해 청소년 기구의 통합을 요구할 정도로 여론이 모아졌는데도 공무원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다. 사표까지 쓴 마당이니 분명히 이야기해 두겠다. 여론을 묵살하고 부처이기주의의 화신이 된 문화부 고위관리들, 그리고 잘못된 조직개편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행정자치부 고위관리들에 대해 엄중한 문책을 요구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그들의 실명도 공개할 생각이다.”

―문화부 관리들이 일부 청소년단체 책임자들에게 협박과 회유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는데.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통합을 지지해온 한 청소년 단체 책임자가 얼마전 나에게 전화를 걸어 ‘문화부로부터 불편한 전화를 받았다. 앞으로 나서기 어려울 것 같으니 양해해 달라’고 하더라. 이게 국민의 여론을 경청하겠다는 공무원들의 자세인가.”

―꼭 사직해야 하나.

“이미 5월에 기구통합의 걸림돌인 부처 이기주의에 영합하는 기류가 있음을 감지하고 통합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사의를 밝혔다. 더구나 통합이 실패로 돌아간 지금, 자리에 연연할 이유가 전혀 없다. 지금 떠나는 것이 공직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지금 심정은….

“무력감과 함께 평생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활동할 사람으로서 책임감도 느낀다.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언젠가는 두 기구가 통합돼 올바른 청소년 정책을 펼칠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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