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待妻類型(대처유형)

  • 입력 2000년 6월 27일 18시 55분


지난번 ‘破格’(파격)을 설명한 김에 오늘은 그야말로 ‘破格’적인 주제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름하여 待妻類型, ‘아내를 대하는 몇가지 스타일’에 관해서다.

중국 사람들에 의하면 태고적 인류는 모계사회를 이루면서 一妻多夫制(일처다부제)를 시행했다. 중국 雲南의 일부 소수민족 중에는 아직도 그런 형태로 사는 부족이 있다.

姓氏도 여성상위시대의 산물로 본다. 그래서 초기의 姓이라고 할 수 있는 姜이니 姚(요), 瀛(영), 姬(희)씨 등에는 모두 ‘女’자가 들어있다. 우리가 잘 아는 姜太公이 그렇고, 중국 고대 周나라는 姬氏 왕조였으며, 秦始皇(진시황)의 성은 瀛氏다.

후에 남성우위시대로 바뀌면서 아버지의 권위가 높아져 姓은 父系를 따르게 되고 부부간의 위상도 변하게 된다. 三綱五倫(삼강오륜)의 출현은 그것을 더욱 고착시켰다.

대체로 남편이 아내를 대하는 類型으로 볼 때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첫째는 虐妻家(학처가)다. 아내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으며 마치 제집 시종 다루듯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남편은 蓄妾(축첩)의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輕妻家(경처가)다. 아내가 안중에는 있되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부류다. 그래서 ‘이왕에 만났으니…’하면서 그럭저럭 살아가는 스타일이다. 이런 남편들에게는 아직도 남성의 권위가 남아 있다.

셋째는 等妻家(등처가)다. 서구사회처럼 남녀평등을 주장하면서 부부간에 전혀 차별을 두지 않는 경우다. 내가 보기에 중국의 남편들은 이에 근접해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경우가 아닌가 한다. 이런 부류는 네 것, 내 것의 구별이 있으며 離婚(이혼)도 쉽게 한다.

넷째는 尊妻家(존처가)다. 아내를 끔찍이 위하다 못해 거의 섬기는 수준이다. 자연히 아내도 남편을 섬길 터이니 이런 가정의 부부는 마치 相敬如賓(상경여빈), 즉 主人과 賓客(빈객)이 만날 때의 예의를 따른다. 물론 이런 경우는 많지 않지만, 전혀 없지도 않다.

마지막이 恐妻家(공처가)다. 아내 앞에 서면 작아지다 못해 ‘고양이 앞의 쥐’가 된다. 이런 남편은 主見이 없고 오직 아내의 말만 따른다. 심한 경우 아내로부터 폭행까지 당하는 수도 있다. 우리는 이들을 拙丈夫(졸장부)라고 부른다. 다음에는 지독한 惡妻(악처)와 恐妻家에 대해 알아본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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