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高 교육학술대회]"교사 자율성 회복이 급선무"

  • 입력 2000년 6월 23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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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중등교육을 위해 교사의 자율성 회복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2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중등교육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는 1900년 10월3일 경기고의 전신인 ‘관립중학교’ 출범 이후 중등교육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 학술대회는 경기고동창회와 경기고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단이 마련했다.

정범모(鄭範模)전 한림대 총장은 기조 강연을 통해 “해방과 더불어 교육 수요가 급팽창했으나 빈곤한 교육재정, 부적합한 교과과정, 중앙집권적인 관료주의, 철학이 없는 교육 등이 오늘의 교육문제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정전총장은 “21세기에 교육위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관료주의적 교육행정을 지양하고 교사의 자율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가 ‘엉뚱한 생각’일 수 있는 창의력과 감수성 정직성 개방성 의연성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것을 요구했다.

▼"인성교육 강화해야"▼

홍익대 이재창(李載昌)교수는 “급속한 기계문명의 발달과 디지털화는 인간의 존엄성을 약화시킬 수 있어 중등교육은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교수는 “인성교육도 독립된 교과로 다뤄져야 하며 인성교육을 중심으로 학교의 교육내용과 목표를 개선하고 다양한 수업방법이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조형(趙馨)교수는 사교육과 관련해 “과외는 자녀의 사회적 성취를 기대하는 부모들의 사교육상품 선택행위이자 구조적인 문제”라며 “이 때문에 과외의 행위자만을 문제삼는 정부의 대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조교수는 “학벌과 학연의 병폐와 대학의 교육체계 등 사회 문화가 변해야 근원적으로 과외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서울대 사범대 한국교육사고(史庫)팀(팀장 우용제·禹龍濟 서울대교수)이 사회 각 분야에서 엘리트층을 형성하고 있는 경기고 졸업자들의 직업 현황을 분석해 관심을 끌었다.

▼"사회 변해야 과외해결"▼

49(65세)∼74회(40세) 졸업생 1만4772명 가운데 국내에서 활동하면서 파악이 가능한 8773명의 직업을 조사한 결과 1971명(22.5%)이 기업체 고위임원 및 관리자였고 사업 경영자도 1721명(19.6%)에 달해 42.1%가 재계로 진출했다.

1615명(18.4%)이 교수이며 의사(852명) 한의사(16명) 약사(33명) 등 의료 전문가가 901명(10.3%)을 차지했다. 회사원 874명(10.0%), 과학 컴퓨터 공학전문가 395명(4.5%), 법조인 347명(4.0%), 정부관리 281명(3.2%), 자영업자 104명(1.2%), 성직자 86명(1.0%) 등이었다. 기자(67명) 정치인(39명) 등도 있었다.

고교 평준화 직전 세대인 71, 72회 졸업생들과 초기 세대인 73, 74회 졸업생간의 직업활동 상황을 분석한 결과 교수 집단의 감소와 회사원 집단의 급격한 증가 양상이 두드러졌다. 또 고교 평준화 이후 특정 분야로의 편중이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경기고 졸업생들은 사회변혁을 이끄는 지도자의 역할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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