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행정부 '나사'풀린 것 아닌가

  • 입력 2000년 6월 21일 19시 17분


남북한 관계를 비롯한 중요한 현안들을 눈앞에 두고 정부 부처간은 물론 부처 내부에서 조차 손발이 맞지 않아 뒤뚱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정 운영의 시스템 자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우선 국군포로 문제에 대한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과 국방부측의 상반된 견해만 봐도 그렇다. 그처럼 중대한 문제를 두고 어떻게 정부내에서조차 입장 정리를 못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간다. 박장관이 국회에서 “법적으로 국군포로는 없다”고 발언한데 대해 국방부가 대변인을 통해 한밤중에 공식적인 반박 성명을 냈다는 것은 희극적인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국군포로 문제는 국가에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 박장관의 말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부처간의 견해가 틀린다면 정부내 논의 구조를 통해 사전 조정 작업을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작년에 국군포로의 소재 및 현황 파악, 송환 대책 등을 위한 ‘국군포로대우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놓은 상태다. 미국이 북한내 미군의 유해를 한 구라도 더 찾아 송환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뒤늦게 이런 법률을 만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 너무 무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평양 순안공항에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영접 나온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느니, 몰랐느니 하면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통일부 장차관의 태도는 더욱 한심한 모습이었다. 진실은 분명히 하나일진대 그것도 국회의 같은 자리에서 어떻게 장관은 ‘절대 몰랐다’고 하고 차관은 ‘평양에서 내려온대로(사전에 알았다고) 발표했을 뿐’이라고 하는가.

정책의 입안 과정에서는 그 내용이나 방향에 대해 정부안에서도 갑론을박이 있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엄연한 어떤 사실이나 현상을 두고 같은 부서의 수뇌부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한다면 바로 그 조직의 기능이나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의료대란’도 그렇다. 의약분업에 대해 완벽한 준비를 갖추었다고 장담하던 보건복지부가 이제 와서 허겁지겁하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다. 해당 부처가 이익집단간의 이해와 갈등을 제때에 조정하지 못해 국민이 목숨까지 잃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으니 과연 정부가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상회담이후 정부 조직 곳곳에 나사가 풀린 듯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유감이다. 6·15남북공동선언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서도 나사는 더 조여져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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