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지명훈/해도 너무 한 충북도

  • 입력 2000년 6월 19일 19시 11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최근 들어 너무 흥청망청한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때의 위기감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고 어떻게 하면 ‘주인 없는’ 세금을 좀 더 쓸 수 있을까 하는 데만 골몰하는 듯하다.

재정자립도가 30.3%에 불과하고 예산규모도 16개 시도 중 15위인 충북지역의 경우 더욱 그렇다.

충북도는 15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6월말 명예퇴직하는 공무원 41명을 대상으로 동남아 ‘위로여행’을 실시중이다. 1인당 경비는 100만원이지만 부부동반이기 때문에 총 지원비는 7700만원이다. 충북도는 구조조정에 따른 ‘용퇴’를 위로하기 위한 여행이라는 명목으로 충북도의회로부터 ‘포상금’항목으로 이 예산을 타냈다.

또 충북도 의회는 요즘 7500여만원을 들여 의장실 개조에 한창이다. 이를 위해 최근 지은 광역의회 3곳에 대한 현황조사까지 마쳤다. “의장실이 다른 의회에 비해 초라해 전국 회의를 치를 때 창피해서…”라는 게 개조 이유다.

콘도회원권 구입 바람도 예사롭지 않다. 청주시는 지난달 말 공무원 사기진작 명목으로 콘도회원권(20계좌)을 7920만원에 구입했다. 시의회는 공무원과 시의원만 이용가능한 이 콘도회원권 구입 예산을 이견없이 통과시켰다. 시 역시 “전국 30개 지방자치단체가 이미 콘도회원권을 샀다”며 ‘추세’라는 점을 내세웠다.

물론 공무원들의 사기진작은 대민서비스 향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서민들에게 이 같은 공직사회의 ‘세금 마음대로 쓰기 경쟁’이 어떻게 비칠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윌프레드 호리에 제일은행장은 최근 금융위기를 극복한 싱가포르가 지닌 힘의 원천을 불리한 자연 여건에 따른 위기의식이라고 진단했다. 그 때문에 긴장을 풀지 않는 정책을 폈다는 것이다. 한국의 공직자들이 의미 있게 새겨들어야 할 얘기다.

지명훈<지방취재팀>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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