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일방안, 활발하게 논의하자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29분


‘6·15남북공동선언’은 남북한 최고실력자가 한 약속이고 다시 이를 당국간 대화라는 ‘장치’로 보장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남북선언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여기에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답방도 약속되어 있는 등 정상회담이 지속될 전망이어서 이 선언내용은 그만큼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6·15남북공동선언’에 통일문제가 구체적으로 언급됐다는 사실은 민족사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지금까지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 신뢰구축문제 등을 얘기하면서도 구체적인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논의의 ‘접점’을 마련하지 못했다. 따라서 두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접점’을 찾은 것은 그만큼 통일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통일논의가 이처럼 처음 대화테이블에 오른 만큼 우리가 앞으로 주시해야 할 대목도 없지 않다. 우선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선언 1항이다. 정부측 설명대로 ‘자주통일은 한반도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남북한이 주체가 되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면 그 용어에 전혀 의문을 달 필요가 없다. 그러나 북한측은 7·4남북공동선언 이후 근 30년 동안 ‘자주’통일의 핵심요소로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해 왔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선언 2항에 명기된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은 김일성(金日成)주석이 91년 신년사에서 밝힌 ‘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에 기초한 연방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주장해온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화해와 협력, 남북연합, 통일국가라는 3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당장 ‘하나의 조선’을 만들어 놓고 보자는 북한측 주장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앞으로 남북한간의 통일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겠다고 우려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북측과 허심탄회한 토의가 있을 것으로 믿지만 통일방안의 수립은 무엇보다 우리 내부의 동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가능한 한 공개적이고 다양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극단적인 갈등과 오해가 생겨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더구나 우리사회는 지금 급변하는 남북관계의 현실과 기존의 대북(對北)인식 사이의 모순 때문에 부분적이나마 가치관의 혼란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통일은 바로 오지 않는다. 남북간에 진심을 바탕으로 한 대화와 토론이 꾸준히 계속되어 서로간의 신뢰가 충분히 쌓일 때 비로소 통일방안은 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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