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초강세 금융주 계속 뜰까?

  • 입력 2000년 5월 30일 20시 30분


요즘 투자자들 사이에서 “돈 될 건 은행주하고 증권주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뚜렷한 장세 주도세력도 없고 삼성전자마저 시세탄력을 잃어 마땅한 중장기 보유 대상도 없는 상황에서 은행 증권주가 틈새 유동성장세를 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기장세 성격이 강한 만큼 종목 및 투자시점 선정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

▽금융주 왜 뜨나〓기관들은 연초부터 은행주를 팔아왔다. 총선 이후 이뤄질 제2금융구조조정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들에 따르면 연초에 펀드내 금융주 편입비중은 은행주만 해도 10%가량 됐으나 요즘은 은행 증권 보험주를 다 합쳐봤자 적게는 2∼3%, 많을 경우 5∼6%에 불과하다.

외국인은 연초 이후 은행주에 대한 포지션을 5∼10일 간격으로 바꿨다. 국민 주택 신한 등 우량은행들의 주가를 띄우는데 주력했으나 큰 ‘재미’는 보지 못했다.

금융주장세에 불을 붙인 것은 개인들이었다. 2월 이후 사들인 은행 증권주를 반의반 토막 내고 입술을 깨물던 개인들은 드디어 4월 28일 현대투신의 자구책 발표를 기점으로 재차 매수공세에 나섰다. 그후로도 지수는 더 떨어졌으나 마침내 5월 23일 한빛 조흥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상한가로 밀어올리면서 확실한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증권가에서는 이 즈음 코스닥지수가 철썩같이 믿었던 지지선인 120포인트 아래로 추락하면서 낙담한 코스닥 큰 손들이 대거 거래소로 넘어왔다고 추정한다. 이들이 시가주문으로 출회물량을 대부분 사들이면서 힘의 공백을 틈타 은행 증권주에 금융장세를 조성했다는 것.

현대증권 변준호선임연구원은 “낙폭 과대, 적은 유동물량, 추가감자 가능성 감소 등 세 박자가 어우러져 투기적인 장세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주 계속 뜰까〓금융주는 종합주가지수가 큰 폭 상승한 30일 하락세로 반전해 일단 숨을 고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금융주 주가는 개인의 주도권을 기관이 인정해 주느냐 여부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리젠트자산운용 김석규상무는 “최근 금융주 이익실현에 나선 외국인이 우량은행주를 추가매입하고 개인들이 공적자금 투입은행에 대한 매수강도를 늦추지 않는다면 은행주의 시가총액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투신 등 기관에서도 은행주를 추가편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진상차장은 “공적자금 투입은행은 그동안 상승폭이 커서 추가상승 여력은 크지 않고 오히려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된 우량은행주가 상승모멘텀이 있다”면서 “여전히 환매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기관이 은행주를 언제쯤 다시 편입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상무는 “아직 실물경기 위축과 채권시장 기능 상실 등에 따른 기업 유동성 문제와 제2금융구조조정 등 지뢰가 많이 남아있어 금융주는 현재로선 중장기보유 대상으론 적당치 않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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