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정신과의사 김창기씨의 '아기중심 육아'

  • 입력 2000년 5월 29일 20시 43분


아이 기르기가 갈수록 쉽지 않은 요즘. 이지적 논리적이면서도 남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정신과 의사들은 자식을 어떻게 키울까 궁금하다. 게다가 서정적 정서까지 갖춘 아빠라면?

10여년전 그룹 ‘동물원’의 리드싱어로 젊은층의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었던 김창기씨(37).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정신과의원을 열고 있는 그가 병원일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은 다섯 살난 아들 남현이와 놀아주기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공부에, 병원에, 음악까지 하느라 바삐 지냈는데 어느날,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도 아무 반응없이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는 아들의 모습에 김씨는 그만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삶의 우선순위를 바꾸기로 했다.

“친구들과 ‘동물원’ 동료들로부터 원성도 많이 들었지요. 하지만 아이 아빠에게 아이를 잘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있겠어요.”

진료만 끝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바로 집으로 들어간다. 요즘 남현이가 공룡에 한참 빠져있어 함께 공룡을 갖고 논다. 싫증나면 집 근처 한강시민공원에 나가 공놀이도 하면서 아이가 잠들 때까지 함께 놀아준다.

그가 아이키우는 부모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아이중심적인 놀이’와 ‘아이의 거울이 돼주기’다.

“많은 시간이 아니래도 괜찮아요. 하루 30분만이라도 아이와 눈을 맞추면서 재미있게 놀아주세요. 텔레비전은 되도록 켜지말고요. 만3세 전까지는 위험한 행동을 빼놓고 되도록 아이의 요청을 들어주면서 놀아야해요.”

그러면 아이는 ‘엄마아빠가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부모와 정서적인 유대를 맺게 된다. 이는 ‘내가 잘 해주면 다른사람도 잘 해준다’는 생각으로 발전, 바람직한 대인관계를 맺게 해주고.

“아이는 엄마아빠의 감정상태를 거울로 삼으면서 자기감정을 이해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의 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아이의 가장 가까운 현실은 바로 자신의 부모이기 때문이지요.”

그룹활동을 중단한 김씨는 그동안 작곡한 곡들로 독집앨범 ‘하강의 미학’을 준비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 곡인 ‘아이야 일어나’의 노랫말을 들어보면 아들과 이 세상 모든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아이야 어서 일어나. 벌써 아침이 왔단다. 곤히 잠든 엄말 쉬게하고 나와 함께 걷지않으련? 아이야 신발을 신어봐. 또 거꾸로 신었구나. 너도 아빠를 닮았구나. 하지만 그건 괜찮아. 그런 실수는 괜찮아.… 널 지켜줄 내가 있어. 나와 함께 걷지 않으련?”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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