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플레이 투 더 본'/퇴물선수의 인생 건 한판

  • 입력 2000년 5월 29일 20시 43분


삼류 권투선수들이 그려낸 ‘진짜 권투’ 영화 ‘플레이 투 더 본’은 주연을 맡은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우디 해럴슨 두 배우의 영화다.

헐리우드에 진출한뒤 정열의 맘보 댄서, 과묵한 뱀파이어, 조로 등 섹시한 연기만 도맡아했던 반데라스는 이 작품에서 비로소 진짜 연기의 맛을 보여준다. 그는 이번에 펀치력은 없는 떠벌이에 여자에게 채이고도 발정기 강아지처럼 매달리는 한심한 인물을 능숙하게 연기해냈다. 반면 우디 해럴슨은 ‘래리 플린트’와 ‘킹 핀’의 연장선상에 놓인 거칠고 저속하지만 신념 하나는 확실한 인물을 연기한다. 넘치는 성적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끊임없이 예수를 찾아대는, 성(聖)과 속(俗)의 자기모순에 빠진 ‘양키’의 모습을 그처럼 능숙하게 담아내는 연기자가 또 있을까.

한때 반짝스타였다가 퇴물이 다 된 미들급 프로복서 시저(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빈스(우디 해럴슨)는 어느날 아침 마이클 타이슨 복귀전 오프닝경기의 맞상대로 출전하겠는냐는 전화를 받는다. 같은 체육관에서 동고동락해온 두 친구는 일생일대의 마지막 기회를 잡기위해 서로를 꺾어야하는 운명을 안고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영화의 중반이상은 로드무비 형식속에 두사람의 아픈 상처와 복싱계의 어두운 뒷면이 펼쳐지지만 좀 지루한 편. 하지만 마지막 20분의 권투시합 장면은 두 연기자의 불을 뿜는 듯한 연기대결로 사뭇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열아홉번째 남자’(야구)와 ‘덩크슛’(농구), ‘틴컵’(골프)등 일련의 스포츠영화를 만들어온 론 쉘턴 감독은 이 영화에서 본경기가 아닌 오프닝 경기가 진짜라는 메시지를 통해 권투는 없고 권투스타들만 남은 요즘 프로권투계를 멋지게 한방 먹였다. 3일 개봉. 18세이상 관람가.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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