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불안 깔린 증시 종일 '눈치매매'

  • 입력 2000년 5월 29일 19시 27분


‘주가가 크게 떨어지진 않았지만 웬지 불안하다.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29일 오전 9시, 시장참가자들의 시선은 온통 시세판으로 쏠렸다. 아니나 다를까, 개장초 종합주가지수는 30포인트이상 폭락한채 출발했다. 그러나 곧바로 반등한 뒤 장중내내 크게 오르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는 혼조양상이 펼쳐졌다. 은행 증권 등 금융주의 폭등세로 당초 우려한 것보다 시장충격은 적었지만 ‘현대사태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불안한 시장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락폭, 의외로 적었다〓26일의 투매상황이 그나마 진정되는 기미를 보인 것은 지난 주말 이틀간의 ‘시장공백기’때문. 투자자들은 그동안 주가하락폭이 컸던 가운데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현대측의 ‘자구책’이 제시됐으며, 29일에도 추가적인 수습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해 매도를 자제했다.

미국증시가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휴장으로 30일까진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그런 가운데 이날 장중에 전해진 미국 나스닥 선물지수의 상승세도 매도심리를 잠재우는데 한몫 단단히 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장세의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들이 소폭이지만 13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추가하락을 방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시가총액 ‘빅5’가 모두 약세를 면치못한 가운데 은행 증권 등 금융주가 개장 직후 초강세를 보이면서 이날 지수의 약보합권에도 불구,상승종목이 하락종목보다 훨씬 많았다.

▽눈치장세, 변동폭은 컸다〓개장초 폭락양상이 어느정도 진정된 이후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면 팔고, 떨어지면 매수하는’ 눈치매매로 일관, 지수는 보합권에서 지루한 등락을 거듭했다. 거래소시장의 장중 등락폭은 40포인트에 육박했으며, 코스닥시장도 10포인트의 심한 일교차를 보였다.

현대그룹과 채권단이 추가적인 자구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에 ‘반짝 상승’했다가, 그럴 계획이 없다는 소식에 실망매물이 쏟아지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대유리젠트증권 김경신이사는 “현대사태를 방치할 경우 국가경제가 심각한 위기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론 사태해결에 낙관하면서도 확실한 자구책이 나오지 않아 상승시 매도물량이 쏟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현대 ‘오판’하면 곤란〓이날 주식시장이 약보합권으로 마감하자 증권전문가들은 이구 동성으로 현대측이 ‘시장이 동요하지 않은 것으로 오판하면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즉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이날 시장상황을 놓고 현대측이 ‘지난 28일 제시한 자구책이 충분한 것으로 시장은 평가했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할까 우려된다는 것.

미래에셋 이병익자산운용본부장은 “그나마 하락폭이 좁혀진 것은 주가의 절대수준이 워낙 낮은데 따른 기술적 반등 때문”이라며 “현대가 수습책 마련에 미적대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주식시장은 투매상황으로 돌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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