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올림픽축구팀 문전골만 고집 임기응변 아쉬워

  • 입력 2000년 5월 29일 00시 28분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세계정상급 유고와의 경기에서 근래 보기 드문 탄탄한 조직력으로 예상을 뒤엎고 상대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돋보이는 경기를 펼쳤다. 유고는 경기 내내 수세에 몰린 반면 한국은 부지런히 ‘품을 팔며’ 유고 골문을 유린했다. 한국은 큰 경기 경험이 일천한 탓에 골을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세계적 강팀 유고와의 경기에서 체력을 최대한 아끼며 승부를 유리하게 이끄는 ‘경제축구’를 터득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할 수 있었다.

또 하나 배운 점은 찬스를 만들고 살려 가는 능력. 경기 중 완벽한 골 찬스를 얻기는 불가능하다. 모든 골은 ‘경합 상황’에서 나오기 때문.

하지만 후반초 설기현 이천수의 연이은 슈팅이 차는 순간 벌써 골대를 빗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듯 한국선수들은 마치 골문이 그저 열려있기나 한 듯 너무나 안이한 슈팅으로 스스로 득점찬스를 날려버렸다. 시종 수세에 몰리다 단 한번의 역습을 결정적인 찬스로 이어 가는 유고의 문전처리능력은 한국선수들에게 ‘산 교육’이 됐다.

교훈은 또 있다. 한국은 키에서 엄청난 열세를 보였음에도 시종 문전에서 공중볼을 고집하는 우둔함을 보였고 다리가 긴 유고선수들의 태클이 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기가 끝날 때까지 깨닫지 못하는 듯 했다. 이날 경기는 적절한 상황 대처능력은 기술이전에 그라운드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라는 귀중한 교훈을 남겼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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