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리포트]배종태/벤처기업의 위험관리

  • 입력 2000년 5월 28일 20시 00분


벤처는 기본적으로 '고위험(high risk) 고수익(high return)' 사업이다. 성공하면 큰 돈을 벌지만 필연적으로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 벤처기업가와 벤처캐피털리스트(VC)의 관심도 사업기회를 어떻게 남보다 먼저 포착할 것인가와 함께 여러가지 위험을 어떻게 파악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벤처기업가와 VC는 각자의 입장에서 기업에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예측하고 가능하면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벤처기업이 주로 직면하는 위험은 △기술적 위험 △인적 위험 △시장의 위험 △재무적 위험 등이다.

▼이미 검증된 기술 채택▼

기술적 위험은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구현할 기술을 개발하거나 외부에서 채택하면 사라진다. 가장 먼저 시장가치 1조달러 업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시스코시스템스는 최근 6년반동안 50여개 하이테크 기업을 인수했다. 이처럼 아웃소싱을 통해 이미 검증된 기술을 채택하는 것도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기술적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다.

▼주요 결정은 이사회서▼

인적 위험은 창업팀이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거나 리더십과 팀워크에 문제가 있을 때 생긴다. 실리콘밸리에선 이사회가 창업팀의 인적 위험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사회가 실권을 가지고 중요한 전략적 결정을 하고 사장은 이를 실행한다.

이사진은 자신의 네트워크와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준다. 엔젤들도 투자한 회사의 인적 위험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이곳 VC들이 믿을만한 사람의 추천을 받은 사업계획서만을 검토하는 것도 인적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것은 창업팀의 인적 위험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관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동향 안 놓친다▼

시장의 위험은 모든 기업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시장이 조성되기 전에 너무 빨리 진입해도 버티기가 어렵고 너무 늦게 시장에 진입하면 최초 진입자가 누리는 이점을 따라가기 힘들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 회장은 이제 기업이 가장 경계해야 할 환경은 기존 경쟁자가 아니고 대체재라고 강조한다. 예상했던 시장이 대체재가 나오면서 갑자기 사라질 수 있고 새로운 시장이 갑자기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 벤처기업가들이나 VC들은 시장 동향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정부의 구매는 초기 시장을 형성시켜 시장의 위험을 덜어주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실리콘밸리 발전의 초석이 된 페어차일드사도 초창기에 미 공군에서 미사일 유도장비를 구매해 줬기 때문에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가능했다.

▼비관적인 경우에 대비▼

재무적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벤처기업가들은 자금이 필요한 시기와 규모를 미리 예측하지 못해 현금흐름(cash flow)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자금계획은 비관적인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VC들의 재무적 위험에 대한 관리는 철저하다. 실리콘밸리의 VC들이 한꺼번에 투자를 하지 않고 단계별로 나눠 투자하는 것이나 혼자 투자하지 않고 다른 VC와 함께 투자하는 것은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벤처의 과실인 '고수익'에는 관심이 크지만 '고위험'에 대한 관리는 아직 미약하다. 벤처기업 성공의 핵심 열쇠는 창업팀의 우수성(who)과 탁월한 사업기회(what), 그리고 철저한 위험관리(how)다.

[배종태·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현 스탠퍼드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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