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재호/5월, 光州의 정보화

  • 입력 2000년 5월 25일 20시 36분


광주하면 5·18 민주화운동을 떠올리지만 광주가 정보화의 메카가 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광주의 학생들에겐 인터넷은 이제 생활의 일부가 돼 있다. 초등학교 4학년만 되면 누구나 인터넷을 이용해 자료를 찾고 숙제를 한다. 5, 6학년쯤 되면 컴퓨터 검색만으로 수업이 이뤄진다. 아이들은 연필과 노트만 들고 컴퓨터실에 들어가 자료를 찾고 발표하고 토론한다.

광주 북구 각화초등학교의 신미숙(辛美淑·37)교사는 "아이들이 도서관에 가는 것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방학이 되면 선생님의 집 주소를 물어보는 학생은 드물다. 대신 E메일 주소를 묻는다. 선생님들은 물론 25만8000여명의 학생 중 절반 이상이 E메일 주소를 가지고 있다.

광주 교육청이 지난 5년간 심혈을 기울인 교육종합정보망(KETISNET) 구축계획의 결실이다. 광주시내 2백14개 초중고교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이 계획으로 인해 교육용 인터넷분야에선 광주가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앞서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교육 관계자들이 견학 올 정도다.

광주가 정부로부터 재정적으로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니다. 각 시도에 똑같이 배정된 예산을 좀 다르게 썼을 뿐이다. 다른 시도는 '잡음'이 일까 두려워 예산을 학교수대로 공평하게 나눠줬지만 광주는 교육청이 독재하듯 틀어쥐고 하나의 목적에 퍼부었으니까.

광주의 정보화를 보면서 광주의 인터넷망이 이웃 대구나 부산의 인터넷망에 연결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부산 또는 대구와 광주의 아이들끼리 인터넷을 통해 함께 공부하고 논다면 어려서부터 친구가 되고 커서도 마음의 벽 같은 것은 없을 것 아닌가.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기술적으로 조금도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재일동포 중에 최병욱씨(崔炳郁·64·돗토리현 일한친선협회장)라는 분이 있다. 어려서 일본에 건너가 빠찡꼬사업으로 큰돈을 번 그는 98년부터 영호남 고교 자맨결연을 주선해 오고 있다. 그동안 부산 해운대여고와 광주 동신여고, 전주 예술고와 울산 예술고, 목포상고와 구미정보고가 그의 주선으로 자매결연을 했다. 지난 1월에는 양측의 명문고인 광주제일고와 마산고가 자매가 됐다.

최씨는 자매결연을 하게 한 후 양교의 학생들을 150명씩 뽑아 1년에 한 차례씩 상대방 집에 가서 지내다 오도록 해준다. 비용은 물론 그가 댄다. 최씨는 이 일로 우리 정부로부터 훈장까지 받았는데 그가 지난 3월에 한 말이 지금도 가슴을 울린다.

"이형, 광주 동신여고 애들이 해운대여고 아이들 집에서 며칠 살더니 어떻게 정이 들었던지 헤어질 때 서로 부둥켜안고 막 웁디다. 다른 애들도 다 울어요."

아이들 마음이 이럴진대 동서가 어디 있고 지역이 어디 있을까.

민주화와 정보화는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정보화에 진전이 있을수록 민주화는 빨라진다. 반대로 민주화는 필연적으로 정보화를 앞당긴다. 민주화 없이 정보가 물처럼 흐를 수 있겠는가.

광주 민주항쟁이 광주의 정보화를 더 촉진시켰는지 알 수 없으되, 민주항쟁이 정보화를 낳고 그 정보화가 이제 지역의 벽을 넘어주기를 간절히 빌어 보는 5월이다.

이재호<정치부장> 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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