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계단편페스티벌' '인디포럼 2000축제' 열린다

  • 입력 2000년 5월 22일 19시 13분


영화가 아직 한편의 시(詩)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초여름 느릅나무 그늘 아래서 펼쳐볼 풍성한 '시집’들이 마련됐다.

6월2일부터 9일까지 서울 종로2가 코아아트홀에서 열릴 '제2회 세계단편필름페스티벌-세계영화제가 열광한 100인의 감독, 단편걸작 100선’과 27일부터 6월4일 서울 종로구 소곡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릴 독립영화축제인 '인디포럼 2000축제’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먼저 세계단편필름페스티벌의 주제는 '도시로 열린 창’. 뉴욕과 파리 도쿄 서울 등 서로 다른 14개국 도시의 권태로운 일상과 현기증나는 몽상을 펼친 주제전에 상영시간 30분 이하의 작품 50편이 상영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기계 속에서 일하던 남녀가 화려한 여름휴가를 얻었지만 정작 거북 키우기에만 매달린다는 '거북이 돌보기’가 느림에 대한 찬가라면 홀로 사는 노인이 단수 안내방송을 깜빡하고 목욕을 하다 곤경을 겪는 내용을 담은 '온실’은 일상의 왜소함에 대한 블랙유머.

촌철살인의 유머와 허를 찌르는 상상력이 넘치는 작품 26편을 따로 선정한 유머전에서는 특히 핀란드의 영화신동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만날 수 있다. '아메리칸 드림’의 대표작인 '록키’ 시리즈를 패러디한 '록키6’와 '멋진 날들’ 등은 온갖 장르의 문화가 혼합된 작품으로 '이방적’이라기보다 '외계적’인 랩소디에 가깝다.

올해로 다섯번째를 맞는 '인디포럼 2000축제’는 작품의 상영시간을 기준으로 한 단편영화보다는 작가의 독립적 목소리에 좀더 초점을 맞추고 국내 출품작 200여편 중에서 엄선한 60여편을 선보이는 데 치중한다.

상영작 중 최고 관심작은 류승완 감독의 릴레이 연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 영화는 98년 부산단편영화제 우수작품상 수상작인 '패싸움’과 99년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현대인’ 등 각기 독립된 액션 누아르 작품 4편을 한줄기로 엮어내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두 영화제 모두 올해부터 관객 인기투표를 통해 관객상 수상작을 선정한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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