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印尼국회의장 "개혁 75점 해외신용 회복 과제"

  • 입력 2000년 5월 18일 19시 29분


아미엔 라이스 인도네시아 국민협의회(MPR·국회)의장이 5·18 광주민주항쟁 2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17일 내한해 20일까지 한국에 머문다.

라이스는 회원 2800만명의 이슬람단체 무하마디야의 지도자로서 수하르토 전대통령 퇴진요구 시위가 한창이던 98년 5월 비폭력저항운동을 주도해 인도네시아의 주요 지도자로 부상했다.

수하르토 퇴진 후 원내 제5당인 국민수권당(PAN) 당수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지지로 국민협의회 의장이 됐다.

인도네시아 주재 전남 명예대사인 허문석(許文錫)씨의 주선으로 허경만(許京萬) 전남지사 초청을 받고 방한한 그는 목포대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는 등 바쁜 방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라이스 의장을 단독으로 만나 인도네시아 정세 등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인도네시아의 개혁 작업에 대해 자평한다면….

“각 분야를 종합해 보면 100점 만점에 75점 정도는 된다. 정치 분야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전례 없는 광범한 자유가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언론 매체도 자유를 만끽하고 있으며 정치범은 대부분 풀려났다. 정부를 감시하는 의회의 힘도 커졌다. 미흡한 점도 아직 있다. 가장 큰 과제는 법치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경제 역시 더 개혁해야 할 분야다. 무엇보다 해외 신용도를 회복하고 외자를 유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를 더욱 안정시켜야 한다.”

―집권시 저지른 비리 때문에 수하르토를 수사하려고 하나 건강이 나쁘다며 수사를 피하고 있는데 처리는 어떻게 될 전망인가.

“수하르토가 집권 시절 잘못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건강을 이유로 소환에 응하지 않았지만 검찰은 세 차례 그의 집을 방문해 심문을 했다. 결국 법정에 서게 될 것이다.”

―와히드대통령은 수하르토에 대한 사면의 뜻을 밝혔는데 그를 처벌할 수 있겠는가. 또 수하르토의 자녀들도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들도 사면 대상에 포함되나.

“수하르토와 그 일가에 대한 수사는 철저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수하르토가 모든 잘못을 인정한다면 그를 사면해야 한다고 본다. 수하르토가 집권 기간동안 많은 잘못과 실수를 저질렀지만 32년간 인도네시아를 이끌면서 이뤄 낸 업적도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 수하르토의 잘못은 개인에게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뜻에서 수하르토 수사가 재개된 후 나는 다루스만 검찰총장에게 수하르토 재판은 법적인 측면 외에도 인간적, 종교적, 정치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수하르토의 자녀들은 사면 대상이 될 수 없다. 잘못이 드러나면 처벌받아야 한다.”

―와히드대통령은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가. 한때 군사 쿠데타설이 나돌기도 했는데….

“쿠테타 가능성은 없다. 대통령은 군부를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

―수하르토정권의 실세였던 위란토국방장관은 동티모르에서 인도네시아군이 저지른 만행의 배후 인물로 조사받고 있다.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현재 밝혀진 것은 위란토가 사령관으로서 직접 어떤 행동을 취한 일은 없으며 수하르토의 지시만 따랐다는 것 정도다.”

―와히드대통령이 당선된 후 외국 언론들은 와히드의 건강을 이유로 부통령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가 ‘실세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통령간 사이는 어떤가.

“대통령은 건강하며 의욕적으로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 정부통령이 이견을 보이기도 하나 두 사람은 친분이 두터워 서로 잘 보완해 나갈 것이다.”

―아체에서도 분리 독립 요구가 높다. 아체도 동티모르처럼 독립할 가능성이 있는가.

“아체를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얼마전 아체 독립파와 휴전협정을 맺었다. 이제 더 이상 유혈 사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이 협정이 영구 평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현재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간접 선거다. 직접 선거로 전환할 것인가. 대중적 지지와 지명도가 높은데 대선에 나설 생각은 없는지.

“대통령 직선제에 대해 올 8월 MPR에서 논의해 결정할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4년 뒤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라이스 약력

44년 출생

68년 국립 가자마자대 졸업(정치학)

74년 미국 노트르담대 석사(정치학)

81년 미국 시카고대 박사(경제학)

95년 이슬람단체 무하마디야 지도자 로 선출

98년 가자마다대 교수

99년 국회의장 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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