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타워]권순활/하이테크 두뇌유출 대비를

  • 입력 2000년 5월 16일 19시 11분


미국 및 유럽에서는 ‘외국인 하이테크 전문가 쟁탈전’이 한창이다. 21세기 핵심산업으로 부상한 정보기술(IT) 및 생명공학분야 등의 해외인재를 자국으로 유치,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미국 하원 이민소위원회는 최근 외국 하이테크 전문가가 미국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입국사증(비자) ‘H-1B’의 발급제한을 내년부터 3년간 철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우수인력 이민규제 완화를 촉구해온 실리콘밸리의 주장을 받아들인 법안이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특별노동비자를 발급, 2만명의 하이테크 기술자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영국은 IT를 비롯한 인재부족이 예상되는 산업분야에서 노동허가증의 발급제한완화 방침을 추진중이다. 프랑스도 입국관리제도의 재검토를 시작했다.

주요 선진국이 해외 우수인력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수급불균형 때문. 하이테크업체로 구성된 미국 IT연맹(ITAA)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하이테크 기술자 신규수요는 약 160만명인 반면 공급은 85만명에 그친다. 독일 교육장관은 “현재 약 10만명인 독일 하이테크 인재부족이 앞으로 매년 6만명씩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했다.

‘당근’을 내세운 구미의 경쟁적인 해외 우수인력 이민유치책은 이들보다 경제력이 약한 국가에는 ‘두뇌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국의 하이테크 인재가 구미로 빠져나갈 경우 산업화에 이어 정보화에서도 후진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인도나 동구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산업자원부가 제조업체의 IT전문가에게도 병역특례를 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지만 우리나라도 이런 세계적 조류변화를 읽고 빨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권순활<경제부기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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