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화제]SK '골넣는 골키퍼' 이용발의 인간승리

  • 입력 2000년 5월 15일 14시 45분


"기회만 주어진다면 골을 넣을 만큼 넣어보겠습니다"

이는 공격을 지원하는 미드필더나 가끔 공격에 가담해 중거리 슛을 날리는 수비수의 목표가 아니고 골키퍼가 내세운 목표다.

수원 삼성과의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선제골을 어시스트하고 페널티킥까지 성공시키며 스타덤에 오른 '골넣는 골키퍼' 이용발(부천 SK)은 올 시즌 5골을 넣겠다고 다짐했다.

정규리그 27경기에서 평균 5게임마다 1골씩을 터트리며 상대팀의 기를 꺾는 것은 물론 팬들을 즐겁게 하겠다는 야심찬 시즌 '공약'인 셈이다.

축구팬들은 앞으로 부천의 '기술축구', 이원식의 득점행진과 용병 샤샤의 활약에 이어 '골넣는 골키퍼' 이용발의 약속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갖게 됐다.

하지만 지금의 스포트라이트는 그에게 그다지 대수로운 일이 아닌지 모른다.

그에게 더 소중한 것은 팀의 주전 골키퍼로 지금 그라운드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94년 입단, 3년간 후보생활을 한 뒤 96년 입대를 결정한 그는 경찰청 축구단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게 됐으나 실수로 입대시기를 놓쳐 현역병으로 입영하는 치명적인 불운을 맞았다.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방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조교로 복무한 이용발은 일병때 훈련도중 무릎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고 1년을 허송세월, 실낱같던 재기의 꿈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었다.

그러나 그의 의지는 억척스럽게 따라다니던 불운을 뛰어 넘었다. 공을 마음대로 만질 수 없었던 그는 휴식시간이면 고참들 눈을 피해 나무에 튜브를 매달아 근력을 키웠고 매일 밤이면 연병장을 돌며 재기를 준비했다.

99년 1월 제대, 꿈에 그리던 그라운드를 밟은 이용발은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며 팀의 주전 골키퍼자리를 차지해 지난해 팀의 전경기(38경기)와 올해 대한화재컵에 한번도 교체되지 않고 출장하는 인간승리를 일궈냈다.

길었던 시련을 딛고 일어선 그가 철통같이 골문을 지켜내는 것은 물론, 가끔 막힌 가슴을 뚫어주는 통쾌한 골로 팬들을 즐겁게 해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조준형기자]jhcho@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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