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軍기지주변 '불안' 해소하라

  • 입력 2000년 5월 12일 19시 27분


미군기지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각종 불만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이 때문에 한미(韓美) 양측이 현재 진행중인 미군 기지나 시설 이전 문제 등에 관한 협상만 하더라도 44건이나 된다고 한다. 이같은 주민들의 불만이나 대책 호소는 주로 생계나 환경문제와 연관된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경기 화성군 우정면 매향리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지난 55년부터 미군에 공여된 매향리 쿠니사격장에 대한 민원은 이미 88년부터 제기됐다. 미군측이 쿠니사격장에서 매주 수십시간씩 기동사격과 폭탄투하 훈련을 하기 때문에 소음은 물론이고 출입 통제로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사격장 이전을 요구하는 국회 청원도 내고 법원에 제소도 해놓은 상태다.

이런 와중에 8일 엔진고장을 일으킨 미군기가 비상수단으로 폭탄 6발을 한꺼번에 쿠니 사격장에 떨어뜨린 사건이 발생, 인근 주민 수명이 다치고 농가 수백가구의 벽에 금이 가는 등 재산피해가 있었다고 한다. 꼭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그곳 주민들이 평소에 느껴온 불안과 불만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측은 주민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배상신청을 하면 관련 절차에 따라 진상조사를 하고 배상과 함께 주민 이주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아직 주민들이 배상신청을 하지 않았고 특히 이주문제에 대해서는 주민들간에도 견해가 엇갈려 단시일 내에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주민 입장에서 보면 아무런 생계보장도 없이 평생 살아온 고향을 떠나기란 사실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누가 보아도 납득할 만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우려되는 것은 혹시 미군측과 주변 주민들간에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이 증폭돼 그것이 한미 양국의 우호협력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한미 양국 국민 사이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생기게 해서는 안된다.

그런 균열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도 한미행정협정(SOFA)의 불평등 조항은 시급히 개정되어야 한다. 아무리 미군에 공여된 땅이라 해도 주변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적지 않다면 즉각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옳다. 도시의 팽창으로 미군기지와 관련된 민원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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