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에린 브로코비치/편견과 싸우는 '아줌마의 힘'

  • 입력 2000년 5월 1일 20시 03분


‘줄리아 브로코비치’. 이렇게 바꿔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와 이 작품의 여주인공 줄리아 로버츠는 그만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 작품은 ‘인사이더’ ‘허리케인 카터’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실존 인물의 인간승리를 소재로 한 영화다. 십 수년의 억울한 옥살이(허리케인 카터)나 가족 붕괴(인사이더) 등 가시밭길의 처절함은 덜 하지만, 가정과 사회를 향한 한 여성의 도전적인 싸움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극 중 브로코비치(줄리아 로버츠 분)는 어떤 인물인가? 고졸에 두 번의 이혼 경력, 딸린 아이만 셋. 게다가 은행 잔고가 단돈 16달러(약 1만9000원)인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소송을 걸지만 재판에도 진다. 계속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던 그는 소송에 진 것을 핑계삼아 변호사 매스리(앨버트 핀리)의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

영화는 변호사 사무실의 자료조사원으로 일하게 된 브로코비치가 한 마을을 오염시켜온 전기회사와의 대규모 소송에서 펼치는 활약을 비추는 한편으로 가정과 직장에서 여성의 ‘홀로서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나게 그린다.

이런 면에서 브로코비치가 모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26㎝의 초미니 스커트와 10㎝의 하이힐, 가슴이 훤히 드러나보이는 의상을 고집하는 것은 상징적이다. 매스리가 “당신은 노는 타입 아니었느냐”며 한때 해고하거나, 작품 속에서 갈끔한 정장 차림에 변호사라는 자격증을 지닌 여변호사를 비교하는 것은 브로코비치가 ‘자격 사회’의 편견과 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이 작품을 페미니즘이나 환경문제를 둘러싼 법정 드라마로 몰고 가는 심각함의 ‘함정’에는 빠지지 않는다. 적절하게 긴장되면서도 재미있는 게 이 작품의 장점.

에린 역의 로버츠는 이 작품을 성공시킨 일등공신. 이 작품은 지난 3월 개봉이후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드라마 장르로는 역대 흥행 3위에 오를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로버츠는 ‘피플’ 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50명 중 1위를 차지했다. 여배우로는 최초로 이 작품을 통해 2000만 달러(약240억원)의 개런티를 받게 된 최고의 스타이면서도, 로맨틱 코미디라는 ‘전공 제한’과 ‘프리티 우먼’(리처드 기어) ‘펠리칸 프리프’(덴젤 워싱턴) 등에서처럼 남성 파트너의 도움이 필요한 연기자라는 약점도 따라다녔다. 하지만 브로코비치를 통해 보여준 그의 흡인력있는 연기는 그를 확실하게 ‘솔로’로 독립시켰다. 18세 이상 관람가. 4일 개봉.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