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언피쉬/'박제고래 속에서 섹스' 기발한 코미디

  • 입력 2000년 4월 24일 19시 04분


‘언피쉬’는 박제된 고래 속에서 섹스를 하는 남성은 소원이 이뤄진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코미디 영화다.

영화는 순박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산골 마을의 ‘고래 소동’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욕망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낸다.

미모의 소피(마리아 슈레이더 분)가 박제된 고래를 대형 트럭에 싣고 다니는 운전사가 죽자, 조카라며 이를 인수하기 위해 시골 마을에 도착한다. 소피는 결혼식날 신부 마리아(에바 헤르치히)가 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불쌍한 남자’ 칼(안드레아스 러스트)에게 이끌려 방으로 개조된 고래 속에서 섹스를 한다.

이 작품에서는 시종일관 우스운 에피소드가 계속되지만 그 웃음 속에 삐죽 튀어나온 풍자의 칼은 날카롭다. 마을의 남자들은 물론, 그들의 아내까지도 소피에게 ‘기회균등의 원칙’을 들먹이며 섹스를 강요하고, 늙은 신부마저 영적 깨달음을 얻기 위한 것이라며 파계하고 만다. 이는 인간의 욕망이 성별은 물론, 신분과 나이도 가리지 않는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욕망의 홍수 속에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되자 ‘모든 걸 다 바꿔’라고 주장하던 사람들은 그제서야 ‘아, 옛날이여!’를 부르짖는다. 감독은 루마니아 출신의 로베르토 돈헬름. 98년 제2회 부천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18세 이상 관람가. 29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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