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월드/한창완]'조선협객전'/임란 역사뒤집기 흥미

  • 입력 2000년 4월 23일 21시 14분


□조선협객전

최근 MBC TV의 '허준'과 KBS TV의 '왕건'등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이렇듯 역사극이 인기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적 상황에서 등장인물들 간의 심리적 갈등과 권력 암투가 어떤 드라마보다 치열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정사(正史)뿐 아니라 야사(野史)를 참조하고, 거기에 작가의 상상력까지 덧붙여 역사를 '재해석'하는 것은 현실상황과 묘하게 맞물려 들어가면서 흥미를 자아낸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만든 역사 게임류도 마찬가지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 고전 '삼국지'를 소재로 한 여러 종류의 게임이 만들어져왔고,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 전쟁을 소재로 한 대항해시대 도 나왔다.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게임도 심심찮게 만들어져, '충무공전'에 이어 최근에는 조선협객전 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환경은 실제 국가간의 경계가 모호한데다 시대적으로 미래이기 때문에 탈(脫) 국가적, 탈 시간적 배경이 설정되기 일쑤.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세 종족도 배경이 되는 시대와 장소가 모두 미지수이다. 이에 비해 역사 게임들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로부터 시간과 장소, 등장인물들을 끌어온다. 역사 게임이 사극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미 존재했던 역사를 뒤집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게이머의 실력과 의지에 의해 지나간 역사가 다시 쓰여지는 것이다.

'조선협객전'은 일본을 통일하고 조선과 명나라 침략을 노리던 토요토미 히데요시에 맞선 조선의 협객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전국의 협객들은 문파(門派)를 결성해 일본 첩자와 왜구를 무찌르고, 나아가 일본정벌까지 준비한다.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짜내기 위해 게임 매니아들은 게임 중 자발적으로 문파를 결성하거나 게시판을 통해 조선시대의 역사탐구와 문화연구에도 열을 올린다.

'조선협객전'은 한일간 대결이라는 특수성에 '애국심'까지 자극해 게이머들을 흥분시킨다. 그러나 게임이란 어디까지나 게임일 뿐이다. 애국심과 상관없이 어느 한 쪽을 유리하게 만들지 말고 팽팽한 전력을 갖추도록 만들어야 좋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한창완(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게임스쿨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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