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기관투자가, LG대주주-계열사 부당내부거래 '의혹'

  • 입력 2000년 4월 21일 20시 09분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LG그룹 계열사와 대주주간 주식 거래에 반발,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한국투신 대한투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21일 LG그룹 대주주들의 비상장사 계열사 주식 매매에 부당 내부거래 의혹이 있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기관투자가는 LG화학에 대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 임원을 문책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물린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LG전자 통해 1조원 확보〓LG그룹 대주주들은 지난해 6월부터 7차례에 걸쳐 비상장사인 LG유통과 LG칼텍스정유 주식을 LG화학과 LG전자에 매각하면서 9502억9200만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기관투자가들은 이 과정에서 대주주들이 턱없이 높은 가격을 받아 LG화학과 LG전자 투자자들의 이익을 가로챘다고 보고 있다. LG칼텍스정유의 경우 주당 9만7000원에서 11만원선으로 매매됐고 LG유통은 13만∼18만원에 거래됐다. LG화학이 사들인 비상장사 주식값은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 3677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기관투자가 공동대응 착수〓한국투신 대한투신 국민연금 등은 LG그룹 대주주들이 투자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식을 고가로 계열사에 떠넘긴 것이 부당 내부거래라고 보고 LG화학 임원들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한국투신 관계자는 “LG칼텍스정유는 9만원, LG유통은 9만∼10만원선이 적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 기관은 LG화학과 대주주간 거래를 취소하도록 요청하고 LG그룹측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LG화학 임시주총을 소집하기로 했다. 보유주식을 내다팔아 시장에 충격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조석재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상무는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는 상속세법상 평가금액으로 정하기 때문에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 중 높은 가격으로 결정,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해명했다.

<최영해기자> 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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