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하이톤 로커'의 젊은 피 강형록 아시나요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국내 록계에는 여성이 부르는 듯한 하이톤의 록보컬이 차지하는 음반시장이 있다. 약 30만장 규모로 로커 김종서나 김경호가 이 시장의 대표 주자. 두 가수는 대부분 애절한 록발라드로 소녀 팬들의 ‘듣는 음악’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 왔다.

최근 새 음반을 낸 신인 강형록(24)은 그 ‘하이톤 로커’계열의 ‘젊은 피’다. 김경호와 김종서가 잠시 쉬는 틈을 비집고 ‘신인 등장’의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그는 가냘픈 고음, 애절하고 흐느끼는 듯한 감정 표현, 내지르는 샤우트 창법 등 국내 ‘하이톤 로커’의 특징을 두루 구사하고 있다.

머릿곡은 ‘비창(悲唱)’. 슬플 ‘비(悲)’는 ‘하이톤 로커’들이 자주 쓰는 단어 중 하나. 그만큼 슬픈 노래들이 많다. 전주에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삽입해 애절한 느낌을 더했다. 끝부분은 마치 여성이 부르는 것 같다.

가사는 불의의 사고로 연인을 잃어버린 여자 친구에게 연정을 품은 채 위로하는 노래다. 강형록은 “친구를 사랑하지만 차마 말로 하지 못하는 ‘벙어리 냉가슴의 심정’을 노래한 것”이라며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한 노래여서 더욱 애절한 느낌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이톤 로커’의 조건은 가창력. 웬만한 가수는 엄두도 못낼 높은 음은 물론, 저음과 중음도 균형있게 갖춰야 한다. 강형록의 가창력은 일단 예전의 인기가수 구창모(현 CMCA 프로덕션 대표)가 그를 발탁했다는 점에서 확인된 셈이다. 그는 여주대를 중퇴한 뒤 2년간 일본에서 재즈 공부를 하면서 아마추어 밴드를 결성해 록보컬을 가다듬어왔다. 강형록은 “록의 매력은 관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라며 “나는 마음의 바닥까지 훑는 슬픔의 카리스마를 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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