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삶의 빅딜]미국인 탤런트 이원씨

  • 입력 2000년 4월 16일 2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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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자신은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다….”

2월부터 SBS TV의 일요오락프로 ‘좋은 친구들’의 ‘요리특공대’코너에 출연중인 미국인 탤런트 이원씨(24·미국명 데이비드 캠벨)가 한국에 오기 몇 주 전 수첩에 한국어로 적은 일기 한토막이다.

당시는 그가 미국 브리검영대학 한국어학과를 4.0만점에 평균평점 3.89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미국 지역방송을 중심으로 연예활동을 하며 ‘할리우드 대스타’라는 청운의 꿈을 키워나가던 즈음이었다. 1998년 라스베가스 내셔널챔피언십 태권도 대회 미들급 금메달을 차지한 경력을 바탕으로 ‘LA기어’‘슬레진저’ 등의 CF에 출연했으며 몇편의 액션영화에 주연배우로 캐스팅되기도 했다.

“그전까진 방학때 잠깐씩 한국을 오가며 본토 태권도를 배우던 정도였어요. 우연히 태권도 사범님이 한국 방송관계자들을 소개시켜 주었고 그게 계기가 되어 한두 프로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릴 수 있었죠.”

대학시절 학점이 말해주듯 이씨는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할뿐 아니라 한국문학작품의 독서량도 꽤 많고 글쓰기도 수준급이다. 그의 일기장에는 창문을 굳이 ‘窓門’이라는 한자로 적어 놓은 글귀가 보이는가 하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신수가 좋으십니다”라는 고어를 건네 당황케 만들기도 한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 그리고 중고교시절부터 태권도 쿵푸 등에서 체득한 동양문화와 동양 사고방식에 동화돼 있던 점이 그에게 한국 연예활동의 결정적인 자신감으로 작용했다. 또 보통 한 개 프로에 최소 일주일은 걸려서 제작되는 미국 방송들에 비해 비슷한 포맷을 하루만에 뚝딱 만드는 한국의 방송여건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트레이닝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 여기에 한국전쟁 당시 군목으로 활동했던 아버지의 권유까지 곁들여져 결국 그는 한국행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돈이 목적이었다면 미국에 있었겠죠. 조연급으로만 출연해도 한달에 몇만달러 정도는 쉽게 벌 수있거든요.”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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