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속으로]김명인 비평집 '불을 찾아서'

  • 입력 2000년 4월 14일 19시 42분


▼'불을 찾아서' 김명인 지음▼

비평가 김명인이 첫 비평집 ‘희망의 문학’ (1990) 이후 10년만에 발간한 ‘불을 찾아서’는 한 비평가의 자기 성찰과 변화의 모색, 새로운 비판적 사유를 향한 진지한 탐색 등을 인상적으로 엿볼 수 있는 비평집이다. 5부로 이루어진 이 비평집에는 김명인이 첫 비평집 이후 발표한 문제적인 평문들이 대부분 수록되어 있다. 특히 ‘다시 비평을 시작하며’와 ‘불을 찾아서’, ‘세 개의 답변’ 등의 글들은 지난 10년 사이에 비평가 김명인이 온 몸으로 탐색해온 민족문학론과 비판적 사유에 대한 진솔한 성찰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비평 텍스트라고 할 만하다.

김명인은 1992년 ‘불을 찾아서’라는 평문을 통해, 동구사회주의의 몰락과 진보적 이념의 해체로 요약되는 정황 속에서 고뇌하는 진보적 비평가의 생생한 표정을 실감 있게 보여준 바 있다. ‘동요는 현실이다’, ‘잘못 끼워진 단추를 찾아서’ 등의 소제목들은 이러한 비평가의 방황과 모색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 후 그는 ‘세 개의 답변’(1995)에서 “나는 이제 우리의 ‘민족문학’에 감히 작별을 고하고자 한다. 이제 민족문학은 끝이다. 깃발을 내림은 물론 문도 닫아야 한다”고 ‘민중적 민족문학론’의 대표적 이론가로서는 강렬한 민족문학 포기선언을 한 바 있다. 그 선언 이후 그는 몇 년 동안 비평을 쓰지 않았다.

그가 첨예한 현장비평의 세계에서 한 발 후퇴하여, 학문적 인식의 세계로 나아간 것은 바로 이러한 파격적인 선언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를 근원적으로 버티게 해주던 형이상학적 지붕이 붕괴되어버리자, 그가 취할 수 있는 자세는 침잠과 고독, 그리고 성찰과 내성이었을 터이다. 그 은둔의 시간 동안, 그는 김수영, 임화, 조연현, 미적 근대성 등과 대화를 나누었다(이 책의 3부와 5부는 바로 그 기록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그에게 임화의 절망과 김수영의 고독은 자신을 비추어보는 거울이었을 터이다.

실제로 김명인은 “임화를 통해 이념과 연대와 조직에서 비켜난 인간이 역사의 전 하중을 개별자로서 감당할 수 있을까를 알고 싶었으며, 김수영을 통해 고독을 돌파하며 전체를 들어올리는 강렬한 주체의 의지를 내면화하고자 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러니 비평가는 그들을 통해 바로 자신의 운명을 엿보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새로운 비평의 칼날을 벼리며 지내온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 그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비평을 쓰기 시작했다. ‘불을 찾아서’의 첫머리에 수록된 ‘다시 비평을 시작하며’에는 새로운 길을 떠나는 고백과 다짐이 인상적으로 드러나 있다. 그는 이 글을 통해, ‘계몽 비평의 복권’을 주장하면서, 90년대 비평의 쇄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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