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채권시장 봄이 오나…하루 거래규모 5조 돌파

  • 입력 2000년 4월 11일 19시 51분


국고채 및 회사채 등 채권의 거래가 3월20일 이후 다소 활기를 띠면서 금리가 3주 계속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딜러들은 그동안 얼어있던 채권시장이 활성화 조짐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는 반면 한국은행은 투기세력이 가미된 일부 딜링세력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며 현 금리수준도 경제상황과는 다소 괴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왜 떨어지나〓한국은행 김한성(金翰成)조사역은 “채권금리가 3월20일 단기정점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당분간 소폭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 3월20일 연 9.11%였던 국고채 3년물의 금리가 4월10일 현재 8.86%까지 떨어졌으며 3년만기 회사채 금리도 같은 기간 0.11%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3∼5년만기의 장기물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5년만기 국민주택 1종채권은 같은 기간 0.41%포인트나 떨어졌다.

채권시장 딜러들은 지난달까지 팽배했던 금리상승 기대심리가 지난달말부터 한풀꺾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2일 만기가 돌아오는 15조원 규모의 단위금전신탁의 편입채권이 대부분 만기물이어서 시장에 나오지 않고 유가안정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줄어드는 등 금리인상의 악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 때문.

국민은행 채권딜러인 최창진(崔彰珍)과장은 “은행이 그동안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고 단기채 위주로 운용했으나 최근 금리가 더 오를 요인은 낮다고 보고 수익률 제고차원에서 장기채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 것이 금리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의 최현철(崔炫喆)차장은 “장기채 수요가 늘면서 장기채권 금리하락이 전반적인 금리수준을 끌어내리고 있다”며 “은행권 딜러들이 실적경쟁을 하면서 그동안 보유위주의 투자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거래를 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요인도 크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 봄이 오나〓채권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량도 1월 4조3096억원에서 최근에는 5조3000억원을 넘는 규모로 증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채권딜러들은 “채권시장이 서서히 활기를 띠는 조짐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한은은 “은행권과 농협 등 일부 소수 딜링세력이 거래를 늘리면서 활기를 띠는 것으로 보일 뿐 채권시장이 활성화되는 추세로 보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즉 투신권이나 연기금 등 채권시장의 큰손 노릇을 했던 대형기관투자가들이 채권시장에 돌아와야 채권시장이 활성화되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한국은행 김성민(金聖民)채권과장은 “경제여건에 맞지 않게 금리가 급락할 경우 추후 반등시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크다”며 “총선 후 투신의 2차구조조정과 통화환수 등의 여러 변수 때문에 이달 말경에는 시장이 다시 움츠러들면서 금리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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