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현대 '홈런파티' 한화 초토화

  • 입력 2000년 4월 5일 19시 54분


홈런 홈런 또 홈런….

새 천년 프로야구는 역대 개막전 최다홈런과 최다관중, 원정길에 나선 ‘하위팀의 반란’으로 화려하게 막을 열었다.

현대 3루수 퀸란은 5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의 개막전에서 1회 3점홈런을 날려 시즌 1호 홈런의 주인공이 된 데 이어 5회 1점홈런, 7회 2점홈런을 연거푸 쏘아 올려 개막전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출신인 퀸란은 92년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당시 메이저리거로도 활약했던 베테랑. 3월 시범경기를 통해 타격의 정교함이 떨어지고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날 홈런 세례로 그동안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셈.

퀸란의 개막전 첫 홈런에 자극받은 현대는 정민철 송진우 이상목의 공백으로 마운드가 무너진 지난해 우승팀 한화를 상대로 역대 최다인 홈런 10개를 몰아치며 17-10으로 대승, 개막전을 멋지게 장식했다.

현대는 특히 7회 박종호 박재홍 윌리엄스가 3타자 연속홈런을 날린 뒤 5번 심재학의 몸에 맞는 공에 이어 퀸란 이숭용이 또다시 연속홈런을 날려 5연타수 홈런의 신기록을 세웠다.

현대 선발 정민태는 송지만에게 3점홈런을 맞는 등 6회까지 4실점했지만 팀타선의 지원을 얻어 4년 연속 개막전 승리투수의 영광을 안았다.

잠실경기에선 해태 삼성을 거쳐 올 초 쫓겨나다시피 보따리를 쌌던 두산 조계현이 비록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인상적인 선발 역투를 펼쳐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주위의 예상을 뒤엎고 깜짝 선발로 기용됐던 조계현은 7회까지 장일현에게만 안타를 내주는 호투를 펼쳤고 8회초 홍세완에게 적시타를 맞고 1실점한 뒤 물러났다.

그러나 지난해 최고승률팀 두산은 0-1로 뒤진 8회말 곧바로 반격에 나서 홍성흔 김민호의 안타와 안경현의 볼넷으로 만든 1사2루에서 장원진의 2타점 2루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구원왕 진필중은 9회에 등판, 세 타자를 깔끔하게 범타로 처리하며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

부산에선 LG가 외국인투수 해리거의 6이닝 3실점 호투에 힘입어 12-5로 승리했다.

LG 외국인타자 테이텀은 2회 선제 결승 1점홈런에 이어 5-3로 쫓긴 7회 쐐기를 박는 3점홈런을 날렸다.

대구경기는 신생팀 SK가 선발 김태석의 무실점 역투를 앞세워 삼성에 3-2로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 연속경기 출장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최태원은 1-0으로 앞선 5회 2점홈런을 날려 승리의 주역이 됐다.

<장환수기자·대구〓김상수기자> zangpabo@donga.com

▼라커룸▼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의 창단 이념은 ‘패기’.

이 ‘패기’는 야구단의 모토일뿐만 아니라 SK 그룹 이념이기도 하다. SK 와이번스가 추구하는 이념에 가장 들어맞는 선수는 주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30)이다.근성과 패기로 똘똘 뭉친 최태원은 지난해까지 635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세운 ‘철인’. 매사 일처리가 프로답게 확실하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올시즌을 걱정했다. 올 스토브리그에서 ‘선수협 폭풍’의 한가운데 서서 제대로 겨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 자칫 연속 경기 출전이 깨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선수협 문제가 해결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지독한 훈련량으로 구단을 감동시킨 선수가 바로 그다. 강병철감독이 머리가 조금 길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다음날 스포츠형 머리로 삭발해 감독을 놀라게하기도 했다.

선수협에 관련됐던 선수들이 대부분 결장한 5일 개막전. 최태원은 2번타자겸 2루수로 스타팅 멤버로 출전, 연속 경기 기록을 이어갔다. 1-0으로 앞선 5회엔 1사 2루에서 아무도 예상 못한 좌월 2점홈런까지 터뜨려 SK의 창단 첫 승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많은 야구인들이 왜 그를 ‘가장 프로다운 선수’로 손꼽는지를 알 수 있게 한 대목이었다.

<대구〓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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