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새영화]인터뷰/진실-거짓 경계에서 피는 사랑

  • 입력 2000년 3월 30일 19시 44분


《이번 주말에는 무려 7편의 영화가 개봉된다. 심은하, 이정재 주연의 ‘인터뷰’를 비롯해 미국 스파이크 리 감독의 ‘썸머 오브 샘’(본지 3월24일자 소개), 일본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대표작인 ‘감각의 제국’이 눈길을 끄는 영화들. 또 일본영화 ‘철도원’의 감독 후루하타 야스오와 주연배우 다카쿠라 겐이 일본 중년남성의 허무와 슬픔을 그린 ‘엑기’도 이번 주의 개봉작. ‘엑기’는 원래 134분짜리 영화이지만 국내 개봉을 앞두고 ‘모든 연령 관람가’ 등급을 받기 위해 무려 34분이 잘려나가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1일 개봉 '인터뷰'▼

거짓말을 빌려 진실을 말하는 여자와 그 여자의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믿는 남자의 사랑. 혹은 거짓과 진실의 경계에 대한 탐색. 영화 ‘인터뷰’는 이같이 이중적인 구조를 갖고 있어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영화다.

톱스타 심은하와 이정재를 중심으로 한 멜로영화이기도 하고, 멜로의 외피를 한 꺼풀 벗기면 ‘영화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를 묻는 진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은석(이정재 분)은 수 많은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생각을 담는 영화 속 다큐멘터리 ‘인터뷰’를 찍는 감독. 그는 영화배우 권민중을 촬영하다 만난 미용보조사 이영희(심은하)의 진실됨에 마음이 이끌린다. 그러나 카메라 앞에서 영희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거짓말이었다.

이 영화에는 은석과 영희를 중심으로 한 허구의 이야기, 사랑에 대한 일반인들의 솔직한 고백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섞여 있다. 실제와 허구의 결합 뿐 아니라 이야기를 앞으로 돌려 얼개를 다시 짜는 구성, 세련된 화면 등은 격조높은 분위기를 드리운다.

이 영화에서 허구의 드라마는 진부하고 현실은 오히려 극적이다.

나중에 밝혀진 영희의 사연은 진부한 신파 멜로영화의 줄거리를 연상시키는 반면, 다큐멘터리에 담긴 일반인들의 이야기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감독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사랑의 실체나 진실과 허구의 차이보다 그런 이야기들을 영화로 다루는 사람의 자세일런지 모른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나누고 진부함과 새로움을 구분하며 ‘영화는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에, ‘왜 그래야 되는데?’ 하고 의문을 던지는 ‘영화에 대한 영화’다.

은석과 영희의 서로에 대한 감정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성격이 너무 평면적인 탓에 멜로 영화의 감성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어정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적이지 않은 주제를 주류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풀어보려는 감독의 문제의식은 주목할만 하다.

1995년 덴마크 라스 폰 트리에 감독 등이 ‘영화의 순결한 정신’을 되찾기 위해 시작한 ‘도그마’ 운동의 일곱 번째 영화로 최근 선정됐다. 아시아 영화 중에서는 처음. ‘도그마’ 운동 선정 영화들은 각종 국제영화제들을 석권해왔다. 12세 이상 관람가. 4월1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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