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문술/벤처의 살길은 새가치 창조

  • 입력 2000년 3월 29일 19시 46분


봄내음이 깃든 남풍이 불어오고 꽃들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면 바닷가에 사는 어부들의 손놀림이 더욱 바빠진다. 어구를 손질하고 배를 수선한 뒤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푸른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풍어를 기원하면서. 땀을 흘리며 수고한 뒤에는 배가 고기로 넘친다. 하지만 때로는 폭풍우를 만날 수도 있다. 고기떼 흐름을 잘못 파악해 빈 그물로 돌아오기도 한다. 항해는 벤처와 비슷하다. 위험과 수익을 동시에 짊어지고 있다.

벤처열풍이 불고 있다. 산업혁명에 비견될 만한 디지털혁명을 타고 폭발적으로 벤처기업이 생겨난다. 공무원 연구원 교수 언론인이 줄지어 벤처행에 가담하고 있다. 역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벤처는 분명히 경제변혁의 중심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벤처기업이 이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뿌리내리려면 몇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벤처가 곧 황금알이라는 등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과 같은 벤처투자열풍 속에서는 이런 등식이 성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열풍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만선의 기쁨을 누릴 수도 있지만 빈배의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 바람에 의존하는 범선은 난파의 위험이 크다. 튼튼한 배를 만드는 방법은 한 단계씩 기술을 쌓고 그 바탕 위에서 첨단기술에 도전하는 것이다. 서울벤처밸리의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이 야전침대를 곁에 두고 밤샘작업을 하는 것도 이런 기술개발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첨단기술개발에 성공한다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

벤처는 독창성이라는 토대 위에 자리잡아야 한다. 제조업이든, 인터넷이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없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요즘과 같은 광속경제 시대에서는 거래가 빛의 속도로 일어난다. 경쟁 역시 광속으로 이뤄진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사업모델을 구축하지 않으면 거대자본에 밀릴 가능성이 있다. 비즈니스모델 특허전쟁이 시작된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한국의 벤처산업이 바람직하게 뿌리내리려면 열린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벤처가 활성화되면서 끼리끼리 모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로 돕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벤처산업에서조차 학연 지연 혈연으로 뭉치면 도약이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고인 물은 썩는다. 동류의식으로 뭉치면 정체되고 퇴보될 수밖에 없다. 인재를 널리 구하고 열린 문화를 만들어야 기업을 싱싱하게 이끌 수 있다.

벤처기업 역시 기업이다. 경영은 기술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품질 좋은 상품을 만들고 효과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팔아야 한다.

일부 벤처기업은 기술을 과신한 나머지 기본적인 경영활동을 소홀히 하는 일이 있다.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경영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분야별로 적합한 인재를 찾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팔지 못하는 기업, 다시 말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사회에서의 존재의의가 없다. 인터넷시대가 본격 개막되고 있다.

인터넷은 이제 시작일 따름이다. 거대인구를 지닌 중국과 인도 중남미 아프리카까지 인터넷으로 뒤덮인다면 인터넷 비즈니스는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확신한다. 인터넷 벤처기업도 이런 변화와 영향력을 감안해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내용을 담아야 한다. 바람직한 방향은 가치창조다. 사업내용이 사람을 편리하게 해 주면서 사회에 유익한 가치를 지닌 내용이면 수명이 길 것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남의 침략을 많이 받으면서 험난할 길을 걸어왔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약소국의 설움을 톡톡히 맛봤다. 이제 이를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바로

한국이 디지털과 인터넷강국으로 도약할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컴퓨터 정보통신을 비롯한 인프라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빨리 구축되고 있다.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봐도 한국처럼 디지털과 인터넷 열풍에 거세게 부는 나라를 본 적이 없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이를 경제력과 국력으로 연결시키는 일이다. 벤처가 이 일에 앞장서야 함은 물론이다.

정문술(미래산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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