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아마라톤 새스타 탄생

  • 입력 2000년 3월 19일 19시 59분


새 천년 첫 번째의 동아마라톤은 정녕 우리의 앞길이 밝고 넓음을 확인케 했다. 신예 마라토너의 등장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지난 2년간 출전자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터널을 벗어나자며 ‘극복’ ‘국민 대화합’ 등을 외쳤었다. 그러나 어제 동아마라톤 출전자는 무거운 짐을 벗은 듯 밝기만 했다. 시민의 표정도 물론 그랬다.

예상외의 인물이 놀랄 만한 기록을 세운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은 흐뭇해진다. 그리고 어떤 희망을 갖게 된다. 서울의 한복판을 가르는 새로운 코스에서 무명의 정남균(한국체대)이 세계 정상급의 국내외 선수들을 제치고 선두로 골인한 것은 말하자면 스타탄생의 뜻 이상이다. 지난해 동아마라톤에 이어 두 번째로 풀코스를 완주한 정남균이 1년 사이에 자신의 기록을 10분여나 앞당긴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우리가 그를 보며 앞날을 생각해보는 것은 그가 착실한 준비로 단숨에 도약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여자마라톤에서 무명의 박고은(수자원공사)이 자기기록을 무려 20분 이상이나 단축하며 1위를 한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풀코스 네 번째 도전만에 처음으로 우승하며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박고은은 오직 꾸준한 훈련으로 약한 체력 보완에 성공했다고 한다. 두 신인 스타의 탄생은 동아마라톤의 값진 수확이다.

비록 우승기록 자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해도 두 선수의 역주는 한국마라톤의 장래가 밝음을 보여준 것이다. 9월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마라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시점에 황영조 이봉주를 이을 차세대 주자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한 신예가 탄생한 것은 국민의 기대감을 높여줄 만하다. 손기정 황영조의 올림픽제패와 이봉주의 올림픽 은메달 등 화려한 전통의 한국마라톤은 2월 한국신기록을 세운 세계적 스타 이봉주 등 기존선수와 쑥쑥 커가는 신세대가 끌고 밀어준다면 또 한번의 낭보도 기대된다 할 것이다.

서울 시민의 격려와 성원 및 자원봉사자의 민첩한 행동도 기대 이상이었다. 때문에 대회 운영도 순조로웠다. 연도의 시민들은 국내외 등록선수들의 레이스뿐만 아니라 마스터스 출전자들에게도 큰 소리와 박수로 환영함으로써 마라톤 대회를 시민의 문화활동으로 자리잡도록 했다. 마스터스에 출전한 선수들도 흐트러짐 없이 달리며 시민의 호응에 화답했다. 오랜만에 제 모습을 찾은 한마당 시민의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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