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최재천/과학의 불가사의 탐구여행

  • 입력 2000년 3월 17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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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과학 미스테리' 콜린 브루스 지음/까치 펴냄▼

어려서 셜록 홈스 한번쯤 안 읽어 본 사람 드물고, 살면서 셜록 홈스 흉내 안 내본 사람 없을 것이다. 소설이나 영화 속의 많은 탐정들 중 셜록 홈스는 특별히 논리적으로 즉 과학적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이번에는 ‘셜록 홈스의 과학 미스테리’에서 그의 조수 왓슨과 함께 아예 과학 그 자체의 불가사의를 풀어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중고등학교 시절 물리와 화학을 처음 배웠을 때 눈에 보이는 물체들의 뒷면에 숨겨져 있는 신비로운 자연의 원리를 볼 수 있는 듯하여 느꼈던 그 숨막히던 감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는 물론 원자의 구조와 본질, 파동과 입자, 양자효과를 이용하여 만든 복권, 영구기계 등 과학도라면 누구나 한번쯤 머리를 파묻었던 주제들이 추리소설처럼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특히 에너지 생성과 보존의 원리를 절묘하게 묘사한 ‘사라진 에너지’는 요즘 아이들 말로 캡이다.

과학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아무리 명확하게 얻어진 실험 결과라도 당시의 패러다임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역설 취급을 받다가 뒤늦게 그 가치를 인정받았던 일들이 종종 있었다.

예를 들면, 더 이상 쪼개질 수 없기 때문에 모든 물질의 근본이라고 믿었던 원자핵이 1903년 퀴리 부부와 함께 노벨상을 수상한 앙리 베크렐의 실험을 시작으로 사실은 더 작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현대화학은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었다.

이같은 역설의 정설로의 전환은 이 책을 어엿한 추리소설로 만들어주는 매력이다. 저자는 또 아직 역설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다중세계 이론’에 대한 이야기도 마지막에 덧붙이는 과감성을 보인다. 언젠가 그 이론이 정설로 자리 잡는 날이 오면 우리는 아마도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대부분의 셜록 홈스 이야기와는 달리 어느 정도의 과학적 상식을 요구한다. 물리, 화학, 수학의 기본적인 개념들은 물론 논리의 절약 내지는 경제성 법칙이라 할 수 있는 이른바 ‘오컴의 면도날 원리’ 등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훨씬 수월하게 읽힌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는 이들에게 역자인 이덕환 교수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현대 사회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자연과학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을 갖추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서강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양자화학 등 최첨단과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일 외에도 벌써 몇 년째 중고등학교 과학선생님들의 모임인 ‘신과람(신나게 과학을 하는 사람들)’의 뒷바라지를 해오며 우리 모두에게 과학 상식을 심어주려 노력하고 있다.

최재천(서울대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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