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센트럴시티' 내달말 준공…교통대란 불보듯

  • 입력 2000년 3월 14일 19시 10분


14일 오후 3시경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부근 신반포로와 사평로에는 터미널에 들어가고 나가려는 고속버스들이 50∼100m 가량 늘어선 채 20∼30분 동안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이 틈을 비집고 승용차 택시 시내버스들이 도로변에 차를 대려는 바람에 터미널 주변 도로 전체에 극심한 체증이 빚어졌다.

터미널에 들어가지 못한 일부 고속버스 승객들은 기다리다 지쳐 도로변에서 내렸고 고속버스 때문에 인도 가까이에 차를 대기 힘든 시내버스들은 도로 한가운데서 승객을 내리도록 했다.

이 일대의 극심한 교통체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지금도 최악의 교통체증 지역인 이곳에 지상 33층, 지하 5층 규모의 고층 빌딩인 ‘센트럴시티’가 4월 말 준공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늘어날 유동인구와 차량 통행량을 감안하면 교통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존의 호남선터미널 부지 3만5000평에 들어선 이 빌딩은 연면적 13만평으로 내부에 객실 497개를 갖춘 호텔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터미널 앞 신반포로에는 36개 노선버스가 지나가고 터미널 일대의 유동인구는 하루 5만여명이나 된다. 또 서초구가 98년 12월 실시한 교통량 조사에 따르면 터미널 앞 신반포로의 시간당 교통량은 8320대로 서초구에 있는 도로 가운데 차량 지체가 가장 심한 수준이었다. 또 터미널 뒤편의 강남성모병원 앞 교차로도 시간당 교통량이 1만1824대나 됐다.

‘센트럴시티’가 준공되면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 빌딩에 대한 교통영향평가를 한 교우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이 빌딩이 문을 열 경우 하루 이용 인구는 32만명, 출입 차량은 2만3000대나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선터미널 부근의 유동인구가 지금의 5배나 되고 현재 하루 1만여대인 출입차량도 배 이상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다 서울지하철 7호선이 7월 개통돼 고속터미널역이 생기고 수년 안에 반포 저밀도지구 재건축까지 이뤄지면 이 일대의 유동인구는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센트럴시티측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빌딩을 출입하는 사람을 포함해 주변 유동인구가 하루 1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서울시는 “센트럴시티가 준공되고 반포 저밀도지구 재건축이 이뤄지더라도 기존 교통영향평가에 따른 교통대책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교통영향평가가 반포 재건축을 감안하지 않고 이뤄진 만큼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센트럴시티 기획실 한종근(韓鍾根)부장은 “빌딩의 사활을 걸고 교통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빌딩 안에 승용차 4000대 규모의 주차장이 들어서기 때문에 주차를 위해 주변을 맴도는 차량이 줄어들면 터미널 일대의 교통여건이 예상만큼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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