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21세기 비전]정토회/봉사활동 적극참여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1만일동안의 정진’

1992년 4월 경북 경주 천룡사에서 불교 신도 600여명이 밤을 새워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불교 성지 중의 한 곳으로 호국 호법 도량으로 알려진 천룡사에서 국가와 불교를 위해 철야 기도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절근처 밭에 임시 천막을 치고 기도를 올렸다. 거센 바람으로 인해 자정을 넘길 무렵부터 천막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새벽녘에 천막의 지붕이 날아갔다. 그러나 모두가 날이 밝을 때까지 기도를 올렸다.

이들은 불교단체인 ‘정토회(淨土會)’ 소속 회원과 신도들이었다. 정토회 지도법사인 법륜스님과 회원들은 천룡사 철야기도 1년 후 ‘1만일 정진’을 시작했다. 모진 바람이 불어와도 꺾이지 않고 남은 생애의 30년만이라도 마음을 닦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정토’란 개인은 행복하고, 사회는 평화로우며, 자연은 아름다워 살기 좋은 곳을 말하는 불가의 이상향이다. 정토회는 이같은 세상을 만들기위한 개인의 수행, 사회평화활동, 환경보호운동을 기본으로 삼는다.

정토회는 이같은 뜻을 펼치기위해 1988년 법륜스님과 신도들이 모여 만든 단체. 이후 정토법당, 좋은 벗들, JTS(Join Together Society), 불교환경교육원 등의 산하기구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법당에서는 신앙생활과 수행활동이 이루어진다. 좋은 벗들은 사회봉사활동, JTS는 국제봉사활동, 불교환경교육연구원은 환경보호운동을 펼치고 있다. 정토회 출범 5년 뒤에 이루어진 ‘1만일 정진’ 결의는 이같은 활동을 더욱 철저히 하겠다는 회원들의 자기다짐이었다.

정토회에는 현재 100여명의 상근회원과 2000여명의 신도가 소속돼 있다. 그러나 스님은 법륜스님과 정토법당 원장인 유수스님 두명뿐. 신앙생활은 신도들 중심이다. 법당을 관리하고 제사를 올리는 등 모든 행사를 신도들이 순서를 정해서 치르고 있다. 예산 결산이 철저히 공개되는 것은 물론이다.

“적게 먹고 적게 자고 적게 쓰자”

유수스님은 정토회의 생활강령을 이같이 요약했다. 유수스님은 환경문제의 근원은 과도한 물질욕과 대량소비에 기인한다고 본다. 그는 “정토회 가족들이 모범을 보인뒤 사회각계에 소비절약을 통한 환경운동을 전파하고자한다”고 말했다.

정토회 상근회원들은 그동안 극도로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해왔다. 일부 회원들은 경기 고양시 인근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살기도 했다.

정토회는 10년동안 법당없이 활동하다 1999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3층 높이의 정토회 건물을 지었다. 검소한 생활은 현재에도 이어져 이들은 현재 ‘쓰레기 제로 (0)’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국제평화를 위한 통일운동과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정토회는 중국에서 탈북난민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북한 나진 선봉 지역 어린이 1만1000여명에게 정기적으로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인도에 극빈자들을 위한 유치원 초등학교 중등학교와 병원을 세워 자원봉사자를 파견하고 있다.

“종교인들은 그동안 수행에만 치중한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사회운동가들은 그 자신들의 수행에는 게을렀던 측면도 있습니다. 정토회는 개인의 수행과 사회활동을 겸하고자 합니다.”

개인의 품성을 닦고 깨달음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 유수스님이 밝힌 정토회의 핵심 취지다.

‘모든 것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네가 불행하면 나도 불행하고,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는 불교적 세계관이 이같은 실천의 밑바탕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서로 공존해야한다는 것이 정토회가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다.

정토회 02-581-4077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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