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뜬다/英 e비즈니스 박차]'제2산업혁명' 예고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여성 뉴스앵커 아나노바(28). 173cm의 훤칠한 키에 뛰어난 미모와 매력적인 목소리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그러나 아나노바는 실제 여성이 아니다.

영국 아나노바사가 3D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낸 세계 최초의 사이버 앵커우먼. 그는 올해 7월부터 동영상 휴대전화(웹폰)나 PC를 통해 인터넷 뉴스속보를 진행한다. 아나노바사는 데이터를 즉각 음성 및 애니메이션으로 전환할 수 있는 초고속 슈퍼 컴퓨터로 아나노바를 탄생시켰다.

컴퓨터 비디오게임 ‘툼 레이더’의 여주인공 라라 크로포트는 영국 귀족의 딸로 16세의 매력적인 소녀다.

명중률 100%의 사격솜씨에 무술과 점프실력이 뛰어난 그는 고대 유적지를 배경으로 활약한다. 1996년 영국 에이도스사가 탄생시킨 크로포트의 인기는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인터넷 영화 출판 광고 음반업계까지 흔들고 있다. 4탄까지 나온 게임 CD롬은 유럽과 미국에서 1000만개 넘게 팔렸다. 라라는 영국의 인기 록그룹 U2의 순회공연에 출연하고 스페인 자동차회사 광고에 등장하는가 하면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구치의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라라가 4년동안 벌어들인 돈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가 넘는다.

아나노바와 라라는 인터넷과 콘텐츠산업으로 제2의 산업혁명을 추진중인 21세기 영국의 상징이다.

영국은 미국 다음으로 경쟁력이 높은 문화산업과 정보통신 산업을 결합해 e비즈니스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야망을 불태우고 있다.

음반 연극 뮤지컬 출판 등 영국이 98년에 문화산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2000억파운드(약 400조원)로 GDP의 20%에 가깝다. 영국은 전세계 컴퓨터 게임 시장의 25%, 음반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문화산업 종사자만도 200만명을 웃돈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작년 9월 케임브리지대 연설에서 “영국의 미래는 우리의 귀중한 자산인 지식 기술 창의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2002년까지 영국을 세계 최고의 e비즈니스 전진기지로 만들자”고 역설했다. 이동통신 음반 출판 연극 등 정보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21세기 지식기반 경제를 선도해가자는 것이다.

영국 총리실 산하 성과혁신국(PIU)이 내놓은 e비즈니스혁명 실천전략에 따라 세계 최초의 e비즈니스장관으로 임명된 패트리샤 휴이트장관은 “2002년까지 150만개 중소기업을 e비즈니스로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중소기업들이 e비즈니스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전국에 100여개의 정보 사회 이니셔티브(ISI)망도 구축하기로 했다.

영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전인구의 25%인 1300만명. 지난 해 무려 25만개의 온라인 소기업이 창업됐고 자체 웹사이트를 가진 중소기업 수도 두배로 늘었다. 지난 해 영국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80억 파운드로 올해는 100억파운드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끝―

▼퍼스트 튜즈데이클럽/벤처기업가-투자자 만나 자금조달▼

“기업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집니다. 이곳은 전세계 기업의 e비즈니스 현장이자 기업가들의 만남의 광장입니다. 자본 재능 기술 서비스 경험…. 무엇이든 사고파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정보와 지식을 다루는 ‘골드칼라’들의 전문 노동인력시장인 영국 ‘퍼스트 튜즈데이 클럽’의 인터넷 홈페이지(www.firsttuesday.com)에는 이런 말이 씌어 있다. 이곳에서 벤처기업가와 투자처를 찾는 자본가들이 만난다.

e비즈니스 전문지 ‘뉴 이코노미 워치’ 편집장 존 브라우닝과 친구 애덤 골드는 1998년 10월 첫 번째 화요일 평소 전자우편을 주고받던 50여명의 벤처기업가와 자본가들을 런던시내 의 한 클럽에 초청했다. 사업구상을 솔직하게 주고받으며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공간으로 효과적이었다.

이 모임은 창립 1년4개월만에 가입자가 전세계에 4만여명으로 늘었다. 매달 같은 날 같은 이름의 모임이 유럽의 36개 도시 등 전세계 44개 도시에서 열린다. 회원 가운데 벤처자본가 엔젤투자자 등 ‘물주’가 6000여명. 수많은 사람들이 이 모임에서 창업 자금을 조달하거나 새 일자리를 찾았다.

브라우닝은 “e비즈니스의 특징은 신속성”이라며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제때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쓸모 없게 된다”고 말했다. 21세기 정보문화혁명은 모두를 위한 열린 혁명이므로 열정과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꿈을 실현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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