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기호0번 대한민국 김철식"바람직한 의원상 제시

  • 입력 2000년 3월 1일 19시 31분


1990년대 시위집회 현장에서 ‘민주 대머리’라는 애칭의 명사회자였던 배우 박철민(35). 4월 총선을 앞두고 총선시민연대의 낙천 낙선운동과 연대하는 ‘기호0번 대한민국 김철식’이라는 연극의 주인공을 맡았다.

이 연극은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최일남의 소설 ‘숙부는 늑대’를 각색한 작품. 순수한 열정으로 일제시대와 해방 이후 정국에서 ‘1인 유세, 1인 데모’를 감행하던 소설 속 인물 김철식의 행적을 마당극 형식으로 풀어낸 코믹극이다.

힙합그룹 ‘댄스댄스’(DD)에 속해 있는 소녀 해리. 춤을 위해 학교를 자퇴하려던 해리에게 아버지가 삼촌 김철식의 일기장을 보여준다. 해리는 일기장에서 굴곡진 현대사에서 ‘한 마리 늑대’처럼 불의에 맞서 울부짖던 삼촌과 만난다.

젊었을 적 몽양 여운형의 암살범을 잡겠다고 혈혈단신 서울로 올라갔던 김철식은 이승만 독재 정권에 맞서 민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세 번이나 출마했지만 보기 좋게 떨어진다. 그러나 의로운 늑대 김철식은 혼자 데모하러 다니거나, 선거자금을 마련한다고 옴약 장수로 나서는 등 황당하지만 순수한 열정을 가진 정치인이다.

박철민은 “남들이 보기에는 비상식적이고 무모한 ‘돈키호테’지만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는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가슴 시원한 자유주의자”라고 자신의 역을 소개한다. 이마가 넓어 ‘민주 대머리’로 불리기도 하는 그는 앞으로 총선연대의 각종 문화행사에 참여해 시민들을 웃길 예정이다.

박철민은 “공연을 보고 재미있다면 나에게도 박수와 함께 한 표를 부탁한다”고 말한다. 4월30일까지. 화수목 7시반, 금 4시반 7시반, 토일 3시 6시. 02-741-5332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민주머리'박철민은 누구▼

‘민주대머리’ 박철민씨는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88년 극단 ‘현장’에 입단해 배우 생활을 하다가 90년 ‘주간 노동자신문’이 주최한 행사인 ‘우리, 노동자2’의 사회를 본 것을 계기로 90년대 초 중반 대규모 문화 집회 사회자로서 이름을 떨쳤다. 그가 맡은 굵직한 행사만 해도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추수대동제’, 민족음악협회의 ‘91, 자! 우리 손을 잡자’, 13개 업종 노조회의의 ‘손잡은 우리 전진하는 우리’ 등. 그의 특기는 군중의 웃음보를 쥐락펴락하는 걸쭉한 재담. 이런 경험을 무대에 옮긴 연극 ‘이바구 세상Ⅰ’(91년)에서 그는 임금투쟁을 축구 경기처럼 ‘중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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