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전지훈련장의 개그맨 정수근

  • 입력 2000년 2월 29일 19시 10분


뙤약볕 아래 한 달이 넘는 강행군. 지난해 종합승률 1위팀 두산의 해외전지훈련장은 즐겁기만 하다.

‘분위기 메이커’ 정수근(23)이 고된 전지훈련장의 감초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두산의 대주자 겸 수비수로 입단한 게 95년초니까 어느새 프로 6년차의 중견. 그러나 그의 마음은 아직도 ‘동심’이다.

28일 하와이 호놀룰루의 알로하구장. 훈련중 잠깐 휴식을 취할 때면 그의 귀에는 어김없이 헤드폰이 끼워진다.

생김새는 물론 분위기까지 꼭 닮았다고 해서 ‘트위스트 정’ 또는 ‘위키 정’으로 불리는 그이지만 요즘 그가 심취해 있는 음악은 랩. 헤드폰을 끼면 녹색 그라운드가 온통 자신의 ‘무대’다.

신나게 랩을 따라 부르면서 최근 갈고 닦은 테크노 댄스 솜씨를 뽐내고 있는 그를 보면 야구장에 공연단이 온 것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 김인식감독을 비롯한 코치들도 혀를 차고야 만다.

이날 청백전때도 그는 “진 팀은 운동장 10바퀴야”라는 김인식감독의 ‘엄명’에 “코치들도 지면 10바퀴예요”라고 한마디를 거들어 무거운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꿔놓는다.

훈련중 코치들이 야단치려고 하면 “저도 이제 9월이면 애 아빠가 돼요”라며 너스레를 떠는 정수근. 입단 6년만에 억대 연봉(1억800만원)을 돌파하며 동기생인 삼성 이승엽과 함께 ‘고졸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날쌘돌이’ 정수근은 꿈을 먹고 사는 젊은이다.

<호놀룰루〓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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