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득헌의 스포츠세상]아름다운 도전인생

  • 입력 2000년 2월 28일 20시 10분


―왜 그런 기록에 집착하십니까. 기네스북에 오를 일도 아닐 텐데….

“아직 아무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생활이 있겠습니까.”

골프장 사업협회 고문 박용민씨는 올해 ‘또 하나’의 일을 저지를 심산이다. 도쿄특파원 등 언론인으로 20년,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의 1982년 프로야구 첫해 우승을 이끄는 등 야구단 단장으로 10년, 춘천골프장사장으로 8년이 그의 이력이지만 오늘은 그의 골프 편력을 꺼내본다.

사실 골프는 개인경기이고 상대가 자기자신뿐이라는 점에서 누구에게든 얘깃거리가 생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박고문의 골프 체험은 우발적이거나 불각(不覺)의 일이 아니라 의식적이고 도전적이라는 점에서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춘천골프장을 맡았을 때 그는 300일 연속라운딩을 목표로 세웠다. 골프장 관리 점검도 하나의 이유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의 도전 의욕에 따른 것이다. 두 차례 시도한 300일 라운딩을 그는 ‘성공적’이라고 표현한다. 두번 다 일요일 긴급회의로 두 세 차례 빠진 적이 있지만 폭우시에도 9홀을 돌았고 해외출장시에도 거르지 않았다는 것.

그는 지난해에는 부인과 함께 미국 동부 뉴욕에서 서부 로스앤젤레스까지 미주 횡단 골프 기록을 만들었다. 임대 차량으로 모텔에서 기숙하며 27일 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박고문 내외가 라운딩한 코스는 31곳. 그는 국산채로 미답의 길에 도전함으로써 예약이 필요한 골프장으로부터는 특별 배려도 받았고, 때로는 다음 골프장 추천을 받기도 했다 한다.

최상의 파트너인 부인과 3개씩의 홀인원을 기록해 “그것도 기록이 아니겠느냐”는 박고문이니 새 천년을 골프와 함께 열기 위해 1월1일 첫 팀으로 티업한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 박고문이 올해는 역시 부인과 단둘이 국내 라운딩이 가능한 118개 코스 순회를 목표로 세웠다. 그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조금 걱정하지만 그보다는 부킹 때문에 부득이 일요일은 거를 수밖에 없으리란 점을 못내 아쉬워한다.

그러나 그의 목표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전 골프장 순회 뒤에는 50일 간 연속으로 라운딩하며 미국 남부 플로리다에서 북부 시애틀까지 미국을 종단하는 또 다른 목표도 그려놓고 있다.

박고문의 골프 도전과 같은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간과 비용이란 여건 외에 동반자도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주제가 골프가 아니라는 점은 이미 눈치채셨으리라 믿는다. 목표를 세우고 몰두해 도전하는 일은 비단 스포츠에서만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박고문의 올해 나이는 65세이다.

<윤득헌 논설위원> 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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