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팁이라 속이고 '카드깡'으로 줄이고…

  • 입력 2000년 2월 17일 19시 40분


서울 강남에서 총 150평, 19개 객실 규모의 룸살롱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2년여동안 웨이터들이 수금해온 외상술값이나 현금으로 받은 술값을 비밀계좌에 입금해 빼돌린 뒤 국세청 신고시 누락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떼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계좌추적을 통해 3억9500만원의 탈루액을 밝혀내고 특별소비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등 2억5100만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여동안 룸살롱 등 서울지역 27개 호화유흥업소와 11개 주류유통업체들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나서 총 407억원의 탈루소득을 찾아내 120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고 6명의 업주를 검찰에 고발했다.

김정복(金井復)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은 “모든 유흥업소들이 실제 매출액의 30%정도만 신고하고 있었다”며 “경기회복에 편승해 과소비를 부추기는 호화유흥업소에 대한 세무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15평 규모에 객실 35개, 접대부 50명을 두고 있는 A룸살롱은 고객의 서명을 받을 때는 전표에 술값과 봉사료 구분 없이 합계액만 적고 나중에 카드회사에 보내는 전표에는 술값은 줄이고 봉사료는 부풀려 적어 넣는 수법으로 6억5900만원을 탈루했다. 국세청은 A룸살롱의 신용카드 매출액중 봉사료 비율이 70%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아 각 카드회사로부터 카드이용자 명단을 받아 실제 지불한 술값과 봉사료를 직접 확인,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B룸살롱은 속칭 카드깡업자로부터 다른 업소명의의 신용카드 조회기 7대를 빌려 업소내에 숨겨놓고 사용했으며 세무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2∼3개월마다 한 번씩 조회기를 교체 사용하다 덜미를 잡혔다. B룸살롱은 매일 카드깡업자로부터 그날 그날의 신용카드 매출전표를 15%정도 할인받는 수법으로 21억원의 수입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6억300만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위해 작년 11월5일 밤 11시 800여명의 직원을 동시에 투입했으며 업주 및 가족의 계좌를 추적하거나 고객을 일일이 면담하는 등 대대적인 조사를 펼쳤다. 하지만 업소의 비밀장부나 카드깡업자는 전혀 찾지 못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카드깡업자는 업소와 거래를 틀 때도 대리인을 내세우고 업소에는 매번 다른 사람을 보내는 등 교묘하게 영업을 하기 때문에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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