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Business]카터 前대통령 빛나는 '제2인생'

  • 입력 2000년 2월 17일 19시 40분


《지미 카터는 1981년에 자신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것이 비자발적인 은퇴였다고 말한다. 카터는 대통령이 된지 겨우 4년만에 자신을 앞장서 공격하던 로널드 레이건에게 져서 대통령직을 물러났다. 유권자들은 카터가 대통령직에 어울리지 않는 약한 사람이며, 이란에 잡혀 있는 미국 인질들을 석방시키거나 두 자리 숫자의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유가를 잡을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소속당에서조차 변변찮은 인물로 취급받은 카터는 아내 로절린과 함께 자신이 주지사를 지냈던 조지아주로 돌아갔다. 그 때 그는 56세로 미국 역사상 가장 젊은 전직 대통령 중 한 명이었다. 카터는 1987년에 아내와 함께 쓴 책 ‘노력으로 모든 것을 얻기: 여생을 최고로 활용하는 법’에서 그 때 자신이 “완전히 낯설고, 원하지도 않았던, 어쩌면 공허할 수도 있는 삶”을 마주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카터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카터 센터에서 최근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직후 나는 평균수명 통계에 따르면 남은 인생이 25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그 세월 동안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나는 인구가 600명밖에 되지 않는 도시에 살고 있었고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도 없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에게는 돈도 없었다. 스스로 단순한 땅콩 재배농부로 표현하기를 좋아하는 카터는 사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대단히 성공한 영농 기업가였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직후 그는 자신이 빈털터리가 됐음을 깨달았다. 빚도 100만 달러가 넘었다.

카터는 “내게는 100만 달러를 갚을 길이 없었다”면서 “우리는 집까지 잃게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75세가 된 카터는 세계적인 인도주의자이자 저술가, 교수로서 그리고 수백만 달러를 소유한 지주로서 친구들조차 맘대로 만나기 힘들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전직 대통령은 예전에 해군의 잠수함 승무원으로서, 핵 기술자로서, 농부로서, 그리고 정치가로서 열심히 살았던 것처럼 은퇴한 후의 생활에,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은퇴하지 않는 생활에 온 몸을 던지고 있다.

카터와 그의 아내는 1982년에 설립한 비영리재단 카터 센터의 무보수 이사장과 부이사장으로서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평화를 중재하고, 선거를 감시하고, 질병을 뿌리뽑기 위해 노력하고, 곡식의 수확량을 늘려서 굶주림을 해소하기 위한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의 일정을 살펴보면, 그는 지난해 12월에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우간다와 수단 사이의 협정을 중재했다. 그리고 같은 달에 파나마로 날아가 파나마 운하의 인수식에 미국 대표로 참석했다. 그 전인 11월에는 모잠비크에서 선거감시활동을 했고, 10월에는 13일간에 걸쳐 유럽과 아프리카를 순회했다.

그러나 이것은 해외일정일 뿐이다. 그는 에모리 대학의 뛰어난 교수로서 정치에서부터 보건에 이르기까지 온갖 주제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대통령직을 떠난 후 지금까지 14권의 책을 썼으며 최근에는 흑인 소작인들과 함께 보낸 어린 시절에 대한 회고록을 완성했다. 또한 미국 독립전쟁 당시의 조지아를 무대로 한 첫 소설을 절반 이상 써 놓은 상태이다.

게다가 그는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땅에서 자라는 나무를 보살피고, 집안 수리를 도맡고, 직접 포도주를 담그고, 일요일이면 마라나타 침례교회의 주일학교 교사가 된다.

지난 1월의 어느 일요일에 이 작은 교회는 카터의 정기적인 강의를 들으러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예배가 끝난 후 그는 교회 앞에서 사진을 같이 찍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포즈를 취해주느라고 30분 이상이나 서 있었다.이것이 은퇴한 사람의 생활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긋하게 쉬는 나이에 이 전직 대통령은 왜 이렇게 자신을 몰아붙이는가.

1994년부터 96년까지 카터와 함께 여행을 했으며 카터에 대한 책 ‘끝나지 않은 대통령의 일’을 펴낸 바 있는 뉴올리언스 대학의 더글러스 브링클리 교수는 “그의 신앙이 그에게 이 세상의 가진 사람들은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반드시 도와야 한다고 가르친다”면서 “새로 태어난 기독교인으로서 그는 자신의 가족을 위해, 그리고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카터 자신은 은퇴 이후의 생활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그는 ‘강제적인 의무로부터의 해방’이라고 표현했다.

카터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은퇴 이후의 생활을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 그는 “한 번도 그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면서 “나는 백악관에서 4년을 더 보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동안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하려고 했다. 나는 조용히 살면서 그저 회고록이나 한 권 쓸 생각이었다. 지금과 같은 일을 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서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선거에 진 다음날 나는 기자들과 만나 내가 대통령직에 있었음을 이용해서 돈을 벌지는 않겠다고 말했다”면서 “그건 좀 순진한 소리였지만 내게는 진지한 약속이었고 나는 그것을 지켰다”고 말했다. 카터는 가족이 소유하고 있던 땅콩 저장소를 팔아서 빚을 갚았다. 그와 그의 아내는 또한 회고록을 쓰는 조건으로 출판사들과 후한 계약을 할 수 있었다. 현재 카터 부부의 주요 수입원은 지금까지 쓴 책과 소유지에서 자라고 있는 목재이다.

카터는 카터 센터의 행정적인 일을 좀 줄이고 대신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중에 카터 부인에게 이에 대해 물어보자 그녀는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녀는 “그건 항상 하는 얘기”라면서 남편이 무료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남편에게 할 일이 없어진다면 내가 비참해질 거예요. 도대체 내 일을 끝낼 수 없을테니까요”라고 말했다.(http://www.nytimes.com/library/financial/personal/021600retire-rim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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