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과학이다/축구공]첨단기술 5겹표면에 미세기포까지

  • 입력 2000년 2월 15일 2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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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서화에 공을 차는 모습이 있다고 해서 중국에서는 “축구의 원조는 우리”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남미 국가들도 “고대부터 축구를 해 온 우리가 축구종주국”이라고 큰소리치지만 역시 축구는 영국에서 유래됐다는 게 정설.

축구는 영국을 침략한 바이킹족이 해골을 차는 것을 보고 시작됐다는 설도 있다.

다른 종목에 비해 기구가 적은 축구는 그 단순성과 원시성 덕택에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만 203개국에 달하는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로 우뚝 자리잡았다.

국내에 축구가 소개된 것은 1882년. 고종 19년 인천 제물포에 영국 군함 ‘플라잉 피시’호가 입항했고 이 때 심심풀이로 축구를 하던 영국 승무원들이 두고 간 축구공을 아이들이 찬 것이 시초라는 설이 유력하다.

초기에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공이 없어 짚을 뭉쳐 차기도 했고 돼지 오줌보에 바람을 넣어 차는 게 고작.

‘점박이’로 불리는 흰색과 검은색의 무늬가 있는 축구공이 등장한 것도 70년대 중반에 들어서였다.

축구의 가장 중요한 도구인 축구공은 과학의 발전과 발걸음을 같이 해왔다.

그동안 축구공의 회전력과 탄력, 컨트롤 능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고 요즘 나오는 공은 최첨단 과학이 집약된 제품.

축구공은 월드컵 공인구를 통해 한단계씩 발전을 해왔다.

63년 FIFA가 최초로 인증한 축구공 ‘산티아고’를 개발한 스포츠용품 회사인 아디다스사는 월드컵 공인구 개발권을 따내면서 축구공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산티아고’에 이어 70년 멕시코월드컵의 공인구인 ‘텔스타’야말로 우리의 눈에 가장 익은 공. 5각형의 패널(조각)과 6각형 패널이 만난, 천연가죽으로 만든 현대적 축구공이 최초로 등장한 것.

74년 서독월드컵까지 ‘텔스타’가 사용됐고 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 때는 점박이 축구공과는 완전히 다른 ‘탱고’라는 볼이 개발됐다.

둥근 격자 무늬 디자인의 ‘탱고’볼은 탄력과 회전력에서 탁월한 기능을 발휘했고 현대 축구공의 원형으로 꼽힌다.

‘탱고’의 특징은 천연가죽으로 만들어졌고 완전 방수와 축구공 표면에 패널을 붙여 완벽한 구(球)의 모양을 실현했다.

‘탱고’는 82년 스페인월드컵 때 ‘탱고 에스파냐’, 86년 멕시코월드컵 때는 ‘아즈테카’, 90년 이탈리아월드컵 때는 ‘에투르스코’라는 명칭으로 변했는데 디자인만 약간씩 변했을 뿐 질은 비슷했다.

90년 이탈리아월드컵 때 한국의 황보관은 스페인전에서 프리킥을 강하게 차 골로 연결시켰고 이 때 공의 시속이 114㎞를 기록해 월드컵 본선 사상 가장 빠른 골로 꼽히고 있다.

이 후로 황보관에게는 ‘대포알 슈터’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제 아무리 황보관이라도 70년 이전의 투박한 가죽 축구공이었다면 도저히 이런 속도로 볼을 찰 수는 없었다.

축구공이 다시 한번 획기적으로 발전한 것은 98년 프랑스월드컵에 사용된 ‘트리콜로’로 축구공 표면을 다섯겹의 층으로 만들고 사이사이에 미세한 기포층을 만들어 공의 속도와 회전력을 고르게 했고 컨트롤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아디다스사에서는 200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의 공인구로 ‘트리콜로’를 더욱 발전시킨 ‘테레스타 실버스트림’을 개발했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비약적으로 발달해온 축구공. 2002년 월드컵 때는 또 어떤 축구공이 나올까.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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