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속 의학]흡혈귀 드라큐라/송곳니만으로 정맥 못물어

  • 입력 2000년 2월 15일 19시 33분


드라큐라에 관한 전설을 모두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유럽 어느 나라에서는 실존인물이였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드라큐라는 그 당시 백작의 이름이고 그와 비슷한 행동 양상을 보이는 귀신들을 요즘엔 ‘뱀파이어’ 라고 부르는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생존방식이나 생활방식이 달라지는 것이 흥미롭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이 있다면 사람의 피를 즐겨 마신다는 것과 오래 산다는 것, 그리고 흡혈의식을 통하여 같은 집단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일 것이다.

피는 60%의 혈장과 40%의 고형성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 체중의 약 8% 만큼 있다. 피는 우리 몸 구석구석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기도 하지만 노폐물과 이산화탄소를 수거하기도 한다. 그 외 각종 호르몬과 대사산물들이 들어있어 우리의 건강상태나 질병을 진단하는데 유용하다. 그렇지만 일단 피가 몸밖으로 나오면 혈액내 대부분의 물질이나 성분이 변하여 별 쓸모가 없게 된다.

송곳니로 사람 목 정맥을 물어서 피를 흡입한다는 것은 거머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거머리는 사람의 피가 체외로 나와도 응고되지 않도록 ‘히루인’ 이라는 물질을 내고 빨판을 이용하여 모세혈관의 피를 빨 수 있다.

그러나 드라큐라는 사람의 목정맥 보다도 더 굵은 송곳니로 정맥에 구멍을 낼 수도 없거니와 천신만고 끝에 구멍을 냈다해도 송곳니가 구멍을 막고 있는 한 출혈은 없을 터이고 송곳니를 빼면 혈관은 스스로 수축하여 출혈을 멈추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새어나온 피는 곧 굳어버리므로 흡혈에는 부적당하게 된다.

드라큐라에게 흡혈을 당한 사람은 대부분 실신을 하는데 이것도 천만의 말씀이다. 출혈로 인한 중상은 출혈이 15분이내에 500cc이상 되어야 나타나며 이때도 가벼운 어지러움, 맥박의 증가 등이 있을 뿐이다. 출혈로 인한 이같은 증상은 피가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기보다는 혈압이 떨어져서 생긴다. 혈압은 심장에서 나가는 피의 양과 혈관의 수축능력의 곱으로 결정되므로 출혈로 인하여 심장에서 나가는 피의 양이 줄어든다 하여도 심장박동이 증가하고 혈관이 수축하면 혈압은 별 변동이 없게된다.

오히려 흡혈시 송곳니에 있던 세균들이 혈액을 따라서 감염이 될 수도 있으므로 아무리 생각해도 의학적으로 뱀파이어는 수고에 비해 남들보다 더 빨리 죽을 것이란 생각이다.

김형규 (고려대 의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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