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용근 금감위장/"삼성-교보생명 연내 上場"

  • 입력 2000년 2월 14일 19시 31분


대우채 환매사태를 무난히 넘긴 때문일까. 집무실에서 만난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의 얼굴은 유난히 밝아 보였다.

지난주 ‘2단계 개혁추진보고’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부터 대우채 환매사태를 잘 넘긴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던 이위원장은 “위기를 한고비 넘긴 것에 불과하다”며 “올해는 시장주의의 정착과 금융 및 자본시장 선진화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투신권 환매상황이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 같다. 향후 투신권 정상화에 대한 복안은….

“제일 큰 과제는 투신권의 신뢰성 회복이다. 이를 위해 신탁계정(펀드)의 부실채권을 고유계정으로 넘겨 펀드를 클린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즉 투신사가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고객의 투자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만은 깨끗하게 하겠다면 투자자들이 신뢰하지 않겠느냐. 재원은 증권금융채를 활용하고 투신사 보유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작업을 완전히 끝내는데는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채권시장 활성화에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데….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연말에는 그 결과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채권딜러에게 유동성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적극적으로 채권시장 조성에 나서도록 하고 기업연금 사적연금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

―개방형 뮤추얼펀드를 연내 허용할 계획이 있는가.

“채권유통시장이 활성화되고 채권시가평가제도가 정착되면 개방형 뮤추얼펀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대기업의 재무구조개선 과정에서 부채비율 감축과 외자유치 등이 편법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있다. 조사계획이 있나.

“대기업 재무구조개선 실적에 대해 (금감원이) 집중적인 검사를 할 계획이다. 일부 대기업이 연말에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갚았다가 1월에 다시 빌리는 형태의 편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비롯해 (재무구조개선 실적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삼성 교보생명 등 생보사 상장에 대한 복안은….

“경영투명성이 높아지고 재무제표가 건실화되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연내에 상장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이다. 다만 상장이익을 주주와 계약자간에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관건인데 일률적으로 이익배분비율이 적용되지 않고 경영진의 기여도를 따져보고 배분비율을 다르게 할 생각이다.”

―올해 은행 합병 등의 금융빅뱅이 예상되고 있는데 정부가 지원할 계획이 있나.

“투신권과 (신협 종금 등) 소형부실금융기관만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정리를 하면 은행 등 나머지 금융기관은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또 한차례 정리될 것이다. 은행 합병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는 형태로 개입할 생각은 없다. 소매금융위주의 은행은 기업금융 전문 은행과 합병할 수도 있으며 이런 것이 자체적인 판단하에 이뤄질 것이다.”

―올해도 후속 금융구조조정에 상당한 공적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구조조정의 형태와 방법에 따라서 규모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공적자금 추계는 곤란하다. 다만 신협 금고 등의 구조조정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합병을 유도함으로써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겠다. 이럴 경우 추가적인 공적자금 조성은 필요없을 것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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