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강도잡은 아파트 경비원, 포상금 이웃에 전달

  • 입력 2000년 2월 11일 19시 55분


“아파트 경비원이자 시민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는데 과분하게 상금까지 받았어요. 나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이웃에게 드리는 게 당연한 도리라 생각했습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코오롱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박기섭씨(58·서울 강북구 미아9동)는 지난해 12월23일 한밤중에 순찰을 돌다가 칼을 든 강도가 아파트 주민의 핸드백을 빼앗아 달아나는 것을 발견하고 격투 끝에 붙잡았다.

분당경찰서는 박씨에게 용감한 시민 표창장과 포상금 5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박씨는 이 돈을 강북구에 홀로 사는 노인 등 어려운 다섯 가정에 10만원씩 전달했다.

강북구청이 박씨에게 성금을 전달하는 모습을 담은 기념사진이라도 찍자고 요청했으나 박씨는 “할 일을 해놓고 칭찬받는 게 쑥스럽고 그런 일로 경비 업무를 잠시라도 비울 수 없다”며 부인을 시켜 돈을 전달하고 자신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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