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쇼에 참가한 디자이너들 중에서 특히 가장 훌륭한 작품들을 선보인 사람은 오스카 드 라 렌타였다. 전원풍의 장식이 달린 옷들이 그의 작품의 주류를 이루었는데 털실 자수를 놓은 모직 코트와 검은담비 털로 가장자리를 장식한 조끼에 스웨이드와 가죽으로 만든 현대적인 바지와 미니스커트를 받쳐입은 것이 돋보였다. 드 라 렌타의 작품 중에는 이 밖에도 성적인 매력과 고상함을 결합시킨 의상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젊은 편이었다.
이번 주초 패션쇼를 개최한 마크 제이콥스는 올 가을에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가지 스타일을 한데 합쳐놓은 옷들을 선보였다. 짙은 회갈색과 크림색 모직으로 만든 A라인 코트에 지퍼를 달고 주머니와 소매 끝에는 가죽 줄무늬 장식을 한 것이라든가, 빗살무늬가 있는 주황색이나 갈색 모직으로 만든 소매 없는 셔츠에 무릎 길이의 스커트를 받쳐입은 것 등이 그의 패션쇼 주제를 간결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
한편 마크 배즐리와 제임스 미시카의 패션쇼는 대형백화점의 대표들과 패션잡지의 편집장들, 그리고 소수의 사교계 명사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한 백화점의 구매담당자는 “모든 사람들에게 어울릴 수 있는 옷”이라면서 즐거워했다. 두 사람의 옷이 이런 찬사를 받게 된 것은 발랄함과 우아함이 조화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검은색 레이스로 짠 바지에 가는 세로줄 무늬의 구슬장식을 붙이고 위에는 검은색이나 짙은 붉은 재킷에 어깨부터 허리까지 이어지는 벨트를 매도록 한 것이나, 검은색 모직 재킷과 명주 망사로 만든 검은색 줄무늬 스커트 위에 6인치 너비의 가죽 벨트를 매도록 한 것 등이 두 사람의 주제를 잘 나타내고 있었다.
일부 디자이너들은 이번 패션쇼의 공식적인 일정이 너무 빡빡하게 짜여 있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옷을 색다른 방법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카야톤 아델리는 기자 몇 명을 자신의 가게로 초대해서 자신의 옷을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아델리는 “패션쇼에서는 옷을 세심한 부분까지 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손자 루빈과 킴 챠펠도 25번가에 있는 자신들의 집에서 10여점의 작품만을 선보이는 작은 패션쇼를 열었다.
(http://www.nytimes.com/library/style/020900ny-fashio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