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신석호/낙선운동과 검찰고민

  • 입력 2000년 2월 10일 19시 53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 낙선운동과 시민불복종운동으로 국가와 시민사회가 서로 극단의 대립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회와 선관위, 검찰 등 국가기관과 낙천 낙선운동을 주도하는 시민단체와 지지 시민들이 서로 세를 과시하며 부닥치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형국이다.

구태 정치인을 몰아내자는 취지에는 십분 동의하면서도 엄연한 위법이라는 사실 때문에 검찰은 무척 곤혹스럽다.

대검 공안부장은 9일 “법이 개정된 만큼 아무리 시민단체라도 불법행위는 묵과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이 말을 ‘서릿발’같이 듣기는 커녕 왠지 ‘공허한 엄포’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검찰이 고민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지금의 상황은 ‘법’의 논리만으로는 해석하기 힘든 ‘정치적’ 상황이라는 점. 어떤 이는 현 상황을 ‘준(準)혁명 상황’이라고 부르고 있다. 알다시피 혁명기간 중에는 ‘혁명의 물결’에 배치되는 법은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여기에 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들이 “우리를 구속하라”며 ‘시민혁명의 순교자’가 될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검찰은 또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시민단체에 섣불리 칼을 들이댔다가 조직이 상처를 입는 것도 우려한다. 검찰이 “선거법 개정 뒤에 보자”며 시민단체의 현행법 위반에 대한 입장표명을 꺼렸던 것도 “잘못 나서면 조직이 위기에 빠진다”는 일선 검사들의 ‘진언’때문이었다.

실정법의 수호와 법의 잣대만으로 정리되지 않는 현실에서 고민하는 검찰이 과연 슬기로운 해결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어쩌면 ‘모르면 손빼라’라는 바둑 격언이 복잡미묘한 현 상황에서 검찰이 취할 최선의 방책일지도 모른다.

신석호<사회부>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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