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정보 범람시대의 생존법(1)

  • 입력 2000년 2월 6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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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보 범 시대, 잘 버릴 줄 알아야 성공한다

사적으로, 혹은 공적으로 주고받는 명함을 가만히 살펴보자. 지난 3~4년간 명함은 작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명함의 모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가리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명함을 구성하는 항목들의 변화다. 그리고 그 변화상은 오늘날 우리의 삶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크게 바뀌었으며, 또 바뀌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참고자료라 할 만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명함에는 이름과 직함, 직장 이름 외에 전화번호와 팩스번호 정도가 적혔을 따름이다. 사실 호출기 번호가 등재된 역사도 그리 길지 않다. 그러던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해 버렸다. 전화/팩스 번호는 물론이고 호출기 번호와 무선전화기 번호가 새롭게 끼여들었다. 거기에 '이메일(E-Mail) 주소'가 끼어들었고, 한 술 더 떠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나타내는 'URL'까지 추가됐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나 할까?

그 몇 년 사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더 윤택해지고, 더 효율적으로 발전한 것일까? 분명한 사실은 예전보다 훨씬 더 혼란스러워졌다는 것, 다시 말해 훨씬 더 많은 선택과 분류, 조직화를 요구받게 됐다는 것이다. 아침에 만나게 되는 온갖 종류의 신문과 잡지들, 또 그 사이에 끼여 몇 뭉텅이씩 따라 들어오는 광고전단들. 그뿐이 아니다. 24시간 쉬지 않고 방영되는 30여개의 TV채널들(물론 케이블TV에 가입했을 경우지만), 명함에 이메일 주소를 적어놓은 '죄'로 날마다 '세례'를 받다시피 하는 여러 기업의 여러 메일(Mail)들, 무선전화기 회사가 제공하는 부가정보 서비스들….

언제부터인가 정보는 더이상 우리가 일삼아 찾아야 하는 어떤 것이 아니다. 그것은 종종, 때로는 자주, 우리의 의지나 의사, 취향과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날아온다. 아니, 그 정도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그것들은 우리를 공격한다. 때로는 '폭격'처럼 여겨질 정도다. 우리가 곧바로 받아 활용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그야말로 '날 것'(生)인 채로 우리를 공습하는 것이다.

정보(화) 사회라고? 정보가 힘이 되고, 돈이 되고, 그리하여 권력이 되는 사회라고? 천만에. 자칫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가는, 정보가 '힘'이 되는 게 아니라 '짐'이 되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세상이다. 실상은 정보(화) 사회가 아니라 '정보 범람 사회'인 것이다. 이것은 정보를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는 그것들을 얼마나 잘 고르고 가공해서 내 것으로 소화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사회라는 뜻도 된다.

그렇다면 정보 범람 사회로부터,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생존 차원에서 더 나아가 풍년가를 부르며 편안히 살 수 있을까? 무선전화기는 해약해 버리고, 호출기는 창문 너머로 집어던져 버리면 될까? 이메일은 아예 무시해 버리고, 신문이나 잡지 구독은 끊고, TV는 코드를 뽑아 벽장에 처박아 버리면 될까? 그렇게 하면, 어쨌든 정보 홍수는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문제는 그것이 '현대인'의 생활 방식이나 전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식으로 대처한다면 아마도 우리는 채 일주일도 못가 정당한 '사회인'으로서의 자격에 경고신호를 받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보에 대한 평가, 혹은 선별(選別) 능력이다. 능력이 없다면 연습해서 길러야 할 필수 조건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어떤 정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어떤 정보는 부차적인 것으로 분류하거나 무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여러 정보원(源)을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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